확인하고 가자는 기관·일단 차익실현하는 개미·가격부담 느끼는 외국인…'잠복한 불안' 고개 드나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5% 올라 2083.42로 마감하는 데 그쳤다. 3거래일 만에 빨간불(상승)이 켜졌지만 연일 15~20포인트씩 지수가 올랐던 지난달 말에 비해 탄력이 많이 둔화됐다. 지난주 평균 5조원을 넘었던 코스피시장 거래대금도 3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하루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했던 외국인 순매수 역시 2000억원 선까지 후퇴했다. 3년 박스권의 고점이었던 2050을 넘어서자 2080이 새로운 벽이 됐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에겐 이미 사상 최고가

신중론자들은 최경환 부총리가 쏟아낸 경기부양책의 ‘1차 약발’이 다했다고 보고 있다. 정책 밑그림이 대부분 나온 만큼, 이제부터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봐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외국인과 기관들은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내릴지 확인하고 향후 투자를 계획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정책 효과가 상승장을 이끌려면 약속이 현실화되는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지수가 이미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유동성 장세의 주역이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격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2082.61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달 30일, 달러 기준 MSCI한국지수는 0.5915에 달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1년 5월2일(0.6007)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일 상승장이 이어지던 대만도 달러환산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한국도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이익 전망도 골칫거리

상장사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올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어들었고, 3분기 이후에도 이렇다할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 상장사들의 MSCI 기준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지난 한 달 동안 2.68%, 지난 6개월 동안 7.73% 하락했다. 1년 후 기업들의 이익 수준이 악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분위기는 좋지만 실적만 보면 딱히 살 만한 종목이 보이지 않는다”며 “실적보다는 경기 변곡점에서 상장사들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느냐가 향후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미 투자자들이 코스피 대형주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도 코스피지수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호시탐탐 매도기회를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 보니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 주문에도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지난주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1조8155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387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이사는 “그나마 개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이익을 보고 주식을 팔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 대목”이라며 “이 자금이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다시 유입돼 지수 하단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김희경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