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장품 포장지에 기재되는 제조업체의 이름과 주소를 삭제하는 내용의 화장품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중소 화장품 제조업체의 반발과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본지 30일자 A18면 보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화장품 제조업자의 상호 및 주소 표기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민 보건 향상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면서 “소비자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안전과 관련된 규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관련 법 개정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올해초 대한화장품협회(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의 건의에 따라 화장품 포장지에 표기된 제조업자 명칭을 삭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왔다. 현재 화장품 포장지나 용기에는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가 함께 기재되고 있다.

제조업자는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업체가 대다수다. 반면 제조판매업자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과 같은 대형 유통판매업자가 많다.

협회에서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 제조·유통·수입·판매 등을 모두 맡고 있는 사례가 많은 만큼 OEM업체의 상호를 굳이 표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이에 정부는 화장품법 개정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왔으나 실제 제조업체가 누구인지, 소비자의 알권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채원 식약처 화장품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거의 대부분의 상품에서 제조업자와 판매업자가 구분돼 표기되고 있는 만큼 굳이 화장품만 제조업자 표기를 삭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 측의 입장”이라고 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등으로 시민 안전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화장품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표기하고 있는 제조업자와 제조판매업자의 중복 표기(‘제조’)에 대해서도 향후 제조업자-판매업자 등으로 단순 이원화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