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항공산업 수출역량 강화해야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항공기 제작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년 이상 1조원 이하에 머물렀던 국내 생산규모가 최근 3~4년 사이 2배 가까이 성장했고, 일부 부품제작 업체에는 에어버스 보잉 등 세계 메이저사들의 협력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와 수리온헬기, T-50 고등훈련기 등을 군에 납품하고 터키, 이라크,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수출하는 경사도 있었다.

한국 항공산업은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처럼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주력산업이 세계 메이저급으로 성장하고 한국 경제의 견인차로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동안 항공산업은 초라한 위치에 머물렀다. 2012년 기준 조선은 세계 1위, 반도체 3위, 자동차 5위, 철강 6위인 데 반해 항공기 제작산업은 15위 생산규모로 세계시장 점유율 0.6%에 그치고 있다. 한국 유일의 완제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회사별 세계 순위도 50위권 밖에 있다.

그러나 우리 항공산업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우선 세계 항공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 항공기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항공기시장은 대형 항공기가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대형 항공기의 수요주기가 2020~2040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 항공기 제작업체들 간의 분업구조도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개발비용 상승과 가격경쟁 심화로 30년 이상 유지된 협력체제가 변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잇따른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 성공으로 쌓은 기술력과 인력이 있고, 경쟁국에 비해 가격(일본), 품질(중국)에서 우수하다.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산업과 훌륭한 소재산업을 갖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

첫째, 항공산업에 맞는 금융지원제도를 마련해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항공산업은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유난히 길다. 개발, 탐색부터 양산화 단계까지 근 10년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수요자를 눈앞에서 뻔히 보면서도 생산설비자금을 마련하는 데 큰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둘째, 기술개발자금의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항공산업은 전통기술과 첨단기술이 융복합돼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므로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 부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도 세계 항공기시장에서 다른 주력산업처럼 메이저급으로 발전해 나가리라는 확신을 갖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 항공산업은 남북분단이란 특수한 환경 탓에 방위산업의 틀 속에서 성장해왔다. 국내 방위산업은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발전해 왔으므로 항공산업 역시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의 주요 방위산업체는 모두 세계시장을 겨냥해 발전해 왔듯이 한국 업체들도 세계시장을 노리고 경제성과 수출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많은 주력산업이 세계시장에서 힘에 부치는 경쟁을 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되거나 정체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후속 수출산업을 육성해야 할 상황이고 보면 항공산업의 수출산업화는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술 역량의 총화이고 국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산업이다. 높은 생산유발효과와 고부가가치를 지닌 선진국형 지식기반 산업으로서 질 좋은 고용과 강소기업을 키워내는 산업이기도 하다. 항공은 확실한 성장산업이다. 수출주도 산업으로 육성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김창로 < 항공우주산업협회 상근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