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생산성 하락 속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은 늘어나지만 성장 활력은 떨어지는 ‘성장 없는 고용’ 현상이 한국에서 유독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성장 없는 고용, 고용 없는 저성장의 경고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전인 2001~2007년 연평균 3.3%에서 위기 이후인 2011~2013년 1.1%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든 영향을 감안해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따져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위기 이전 연평균 4.5%였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위기 이후 1.9%로 2.6%포인트나 떨어졌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하락한 정도를 국가별로 비교해본 결과 한국의 하락폭(-2.2%포인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2번째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정도가 심한 나라는 에스토니아 터키 체코 등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동유럽 국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량 감소로 한국 수출제조업의 성장속도가 떨어진 것이 전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낮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연평균 8%(부가가치 기준)대를 유지했던 제조업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2011~2013년) 평균 4.2%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생산성이 가장 빠르게 상승했던 전기·전자산업의 성장세가 대폭 낮아진 점이 전체 생산성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고령자나 여성의 취업 확대도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