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짧은 한국인' 근무시간 길고 열대야에 매미까지 울어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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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49분으로 세계 최단’이라는 내용이 큰 화제를 불렀습니다. 이는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자료에서 나타난 수치로 국내 거의 모든 인터넷매체가 총동원령을 발동하다시피 하며 전파한데서 비롯했습니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FT가 ‘한국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비판하며 인용한 이 시간은 OECD 가입 18개국 중 가장 짧은 게 특징입니다. FT는 7시간대 수면시간을 가진 국가는 우리와 일본 (7시간 50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OECD 가운데 프랑스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긴 8시간 50분, 미국 8시간 38분, 스페인 8시간 34분이라는 통계입니다. FT는 한국인의 잠자는 시간이 이처럼 짧은 이유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긴 근무시간을 꼽았습니다.
실제 2012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2시간에 이릅니다. 이는 OECD평균 1705시간 보다 길고 가장 적게 일한다는 독일 (1317시간)과 비교할 경우 1.6배에 이르는 수치고요.
한국의 경우 평균 수면시간이 이처럼 짧은데도 불구하고 노동 생산성은 OECD 전체 평균의 66%,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는 게 FT의 지적입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5만6710달러 (2005년 불변가격, 구매력평가기준). 이 액수는 OECD 평균인 7만222달러의 81%, G7 평균인 8만780달러의 70%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FT는 몇 년 전 ‘한국인들이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란 테마로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이는 결론적으로 ‘한국이 잠을 적게 자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생산성이 아주 낮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연구기관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부지런한 비효율의 함정에 빠진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짧다고 걱정해 주는(?) FT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도리인 듯 싶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FT가 한국인 최단 수면시간의 원인으로 분석한 ‘긴 근무시간’은 정확한 분석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에 우스갯소리를 약간 보태어 보면 한국인들의 수면 시간 축소에 한 여름철 무더위, ‘열대야’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평균기온이 상승하며 ‘잠 못드는 밤’이 심화한다는 분석이 따르고요.
근래 들어 대도시에서는 다른 요인도 끼어들었습니다. 낮과 밤 없이 울어대는 매미 (말매미 숫컷) 소리 공해입니다. [※매미는 보통 밤엔 울지 않지만 최근 가로등의 확대와 기온 상승으로 밤낮 구분이 없어졌다고 하지요.]
2014년 장맛비의 사실상 끝물인 지난 주말의 비와 중복을 하루 앞둔 7월 27일 일요일 아침, 말매미 한 마리가 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로 날아들었다가 방충망에 걸렸습니다. 이 매미는 울진 않았지만 미동 조차 없습니다. 그러다가 열대야가 본격화하는 지금 부터 자신의 시끄러운 소리를 묶어 ‘잠 못드는 밤’을 예고하고선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매미들은 사실 해마다 아파트단지나 가로의 나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 무더위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게 큰 문제로 대두된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설상가상’격의 ‘炎(더울 염)上音(소리 음)上’의 공해를 부른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지난해 국내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말매미 울음소리는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내는 소리와 맞먹는 수준인 85.2 dB (데시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는 형편이었지요. [주택가 소음 기준치= 65 dB]
이처럼 도심 속 매미 소리가 커지는 것은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가 사는데다 소리가 고층아파트 벽면에 반사되면서 증폭하는 현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때문에 가로등이 켜진 서울 시내 곳곳의 구청엔 매미 울음 소리와 관련한 민원전화가 쏟아지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더운 여름, 어떻게 불면의 밤을 극복할 것인가 우려스럽습니다. 매우 심할 경우 ‘등화관제’라도 한번 해보는 방법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세계 최단이고 ‘염상음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위로가 될 만한 해외 연구 사례 하나 소개합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지를 인용한 국내 의료 인터넷 사이트 ‘코메디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간호 및 건강 혁신 대학의 숀 영스테트 교수는 “가장 낮은 사망률과 질병률을 보이는 수면시간은 7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8시간이나 그 이상 잠을 많이 자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숀 영스테트 교수의 지적입니다.
코메디닷컴은 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의 다니엘 크립케 교수도 “8시간보다는 7시간이 적정 수면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크립케 교수팀 암 연구에 참여한 110만 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하루 6.5 ~ 7.4시간을 자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적게 혹은 더 많이 자는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네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미국 수면의학학회와 함께 적정 수면시간의 변경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FT가 ‘한국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비판하며 인용한 이 시간은 OECD 가입 18개국 중 가장 짧은 게 특징입니다. FT는 7시간대 수면시간을 가진 국가는 우리와 일본 (7시간 50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OECD 가운데 프랑스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긴 8시간 50분, 미국 8시간 38분, 스페인 8시간 34분이라는 통계입니다. FT는 한국인의 잠자는 시간이 이처럼 짧은 이유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긴 근무시간을 꼽았습니다.
실제 2012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2시간에 이릅니다. 이는 OECD평균 1705시간 보다 길고 가장 적게 일한다는 독일 (1317시간)과 비교할 경우 1.6배에 이르는 수치고요.
한국의 경우 평균 수면시간이 이처럼 짧은데도 불구하고 노동 생산성은 OECD 전체 평균의 66%,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는 게 FT의 지적입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5만6710달러 (2005년 불변가격, 구매력평가기준). 이 액수는 OECD 평균인 7만222달러의 81%, G7 평균인 8만780달러의 70%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FT는 몇 년 전 ‘한국인들이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란 테마로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이는 결론적으로 ‘한국이 잠을 적게 자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생산성이 아주 낮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연구기관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부지런한 비효율의 함정에 빠진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짧다고 걱정해 주는(?) FT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도리인 듯 싶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FT가 한국인 최단 수면시간의 원인으로 분석한 ‘긴 근무시간’은 정확한 분석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에 우스갯소리를 약간 보태어 보면 한국인들의 수면 시간 축소에 한 여름철 무더위, ‘열대야’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평균기온이 상승하며 ‘잠 못드는 밤’이 심화한다는 분석이 따르고요.
근래 들어 대도시에서는 다른 요인도 끼어들었습니다. 낮과 밤 없이 울어대는 매미 (말매미 숫컷) 소리 공해입니다. [※매미는 보통 밤엔 울지 않지만 최근 가로등의 확대와 기온 상승으로 밤낮 구분이 없어졌다고 하지요.]
2014년 장맛비의 사실상 끝물인 지난 주말의 비와 중복을 하루 앞둔 7월 27일 일요일 아침, 말매미 한 마리가 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로 날아들었다가 방충망에 걸렸습니다. 이 매미는 울진 않았지만 미동 조차 없습니다. 그러다가 열대야가 본격화하는 지금 부터 자신의 시끄러운 소리를 묶어 ‘잠 못드는 밤’을 예고하고선 어느 순간 사라졌습니다.
매미들은 사실 해마다 아파트단지나 가로의 나무에서 시끄럽게 울어대 무더위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중고를 안기는 게 큰 문제로 대두된 상황입니다. 엎친 데 덮친 ‘설상가상’격의 ‘炎(더울 염)上音(소리 음)上’의 공해를 부른다는 얘긴데요.
실제로 지난해 국내 한 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말매미 울음소리는 대형 트럭이 지나갈 때 내는 소리와 맞먹는 수준인 85.2 dB (데시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는 형편이었지요. [주택가 소음 기준치= 65 dB]
이처럼 도심 속 매미 소리가 커지는 것은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가 사는데다 소리가 고층아파트 벽면에 반사되면서 증폭하는 현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때문에 가로등이 켜진 서울 시내 곳곳의 구청엔 매미 울음 소리와 관련한 민원전화가 쏟아지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더운 여름, 어떻게 불면의 밤을 극복할 것인가 우려스럽습니다. 매우 심할 경우 ‘등화관제’라도 한번 해보는 방법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세계 최단이고 ‘염상음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위로가 될 만한 해외 연구 사례 하나 소개합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지를 인용한 국내 의료 인터넷 사이트 ‘코메디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 간호 및 건강 혁신 대학의 숀 영스테트 교수는 “가장 낮은 사망률과 질병률을 보이는 수면시간은 7시간”이라고 밝혔습니다. “8시간이나 그 이상 잠을 많이 자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숀 영스테트 교수의 지적입니다.
코메디닷컴은 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의 다니엘 크립케 교수도 “8시간보다는 7시간이 적정 수면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크립케 교수팀 암 연구에 참여한 110만 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한 결과, 하루 6.5 ~ 7.4시간을 자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적게 혹은 더 많이 자는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얘기네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미국 수면의학학회와 함께 적정 수면시간의 변경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