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 이전인 4월 중순까지 비교적 괜찮았으나 최근 들어 `소프트 패치(soft patch)¹`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올 2분기 들어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을 4% 내외로 끌어 올렸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를 중심으로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 경제가 ‘소프트 패치’에 빠지면 얼마나 신속하게 정책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경제모습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정책대응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라지 패치(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에 빠지는 것이 관례다. 미국은 2011년 8월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된 이후 ‘소프트 패치’가 우려되자 신속한 정책대응으로 경기가 다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 경제의 갑작스런 ‘소프트 패치’ 우려를 낳게 한 가장 큰 요인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하게 빨리 반영하는 신용카드 승인액이 세월호 참사 이후 급감하고 있는 현상이 뒷받침해 준다. 소비심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까지 우리 국민들의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종전과 두 가지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원화 강세도 가세하고 있다. 하나는 종전에는 달러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최대 수출국인 위안화가 절상돼 완충시킬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위안화마저 절하돼 시차를 갖고 우리 수출과 경기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원화 강세가 미국, 일본, 중국의 평가절하책에 따른 정책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연초에 반짝했던 부동산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것도 우리 경제 앞날이 갑작스럽게 불투명하게 되는 원인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재산을 70% 이상 투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침체는 지표보다 체감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양극화와 실업 등이 풀리지 않아 체감경기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안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장이 어렵게 살려놓은 부동산 경기를 부처 간 정책 부조화로 정책당국이 꺾고 있는 점이다. 이런 요인을 감안해 한국은행도 올 4월 전망에서 4.0%까지 끌어 올렸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3.5%까지 크게 내려잡은 예측기관도 있다.







그런 만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소프트 패치’에 빠진 한국 경제를 ‘퀀텀 점프’시키기 위한 많은 과제 가운데 무엇보다 국민들이 느끼는 지표경기와 사뭇 다른 체감경기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체감경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당국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3%대 후반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대표지수 함정에 걸려 있어 국민 대다수는 체감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가가치 체계상 한국 경제는 전형적인 ‘역피라미드형’이다. 즉, 상위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은 올라가지만 대다수 기업과 국민들은 그 밑에 있다.







물가도 최근 1년 우리 성장률은 올라가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민간에서 우려하는 총수요 부족이 아니라 원자재값 하락 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고 있어 대조적이다. 경제인식과 정책대응이 다를 수 있는 문제다.







실업률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지는 오래됐다. 보다 엄격한 의미의 국제노동기구(ILO) 개념을 적용해 우리 실업률을 재산출하면 현 수준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네오 러다이트(첨단기술 수용을 거부하는 반기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경상수지흑자도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경상수지흑자는 6%(GDP대비)에 달해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우리가 제안했던 `4% 룰`에 스스로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는 경쟁국의 원화 절상요구에 맞설 근거가 약해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제는 적정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채무와 함께 1,000조원이 훨씬 넘은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도 2기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2004년 이후 증가세가 지속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를 넘어 가계의 생계부담이 가중돼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해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채무상환비율은 56.6%로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매우 높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²



무디스는 중국 경제 둔화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지목했는데 과도한 가계부채가 소비지출을 제한하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부채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이는 은행대출을 감소시켜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규제당국의 조치로 인해 대출수요가 은행에서 은행 외 대출기관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이 나빠진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소니의 몰락에 이어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애플의 주가 폭락 경고를 계기로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올 2분기 실적부진을 계기로 향후 삼성전자 앞날은 기존의 라이프 싸이클을 바꿔 탈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나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올 2분기 실적부진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이나 신제품이 계속해서 뒷받침해 준다면 최근 사태가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수출이나 부가가치 면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다.







월가를 중심으로 후자를 우려하는 시각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소니의 몰락’과 ‘애플의 주가 폭락 경고’가 조만간 한국 경제에 닥칠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이런 과제를 해결해야 한국 경제가 ‘퀀텀 점프’할 수 있고 2기 경제팀도 출범 초 기대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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