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당신을 기억합니다…당신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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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홈경기. 4게임 연속 만원관중. 지난 2012년 프로야구에 데뷔했던 어느 신인 투수의 이야기다. 누구나 다 아는, 바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이야기다.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을 한화에서 보낸 박찬호가 2년여 만에 국내 야구팬들과 공식적인 작별인사를 갖고 영욕의 마운드를 떠났다.
박찬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를 통해 '소박한' 은퇴식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선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가 은퇴식을 가졌기에 묘하게 데자뷔를 이루었다.
박찬호가 지난 2012년 공식 은퇴 발표를 발표한 직후 그의 은퇴식을 위한 경기나 장소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올 초만 해도 "KIA타이거즈의 '새 집'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한화 선수 박찬호가 주인공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단을 내렸다.
물론 우여곡절은 또 있었다. 18일 시구 직전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경기 도중 내린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것. 야구팬들은 경기 이후 있을 박찬호의 은퇴식마저 볼 수 없을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비가 그치며 박찬호는 은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셈이다.
이날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직전, 전광판에 박찬호의 현역 시절 영상이 흘러나오자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박찬호를 연호했다. 챔피언스필드 왼쪽 외야 펜스가 열리며 검은 차량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고, 3루 파울 라인 근처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차에서 내렸다.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 위에 선 박찬호는 허리를 숙여 팬들에게 인사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구심에게 깍듯이 인사하던 청년 박찬호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주고 선배이자 박찬호가 야구 스승으로 꼽는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포수 미트를 끼고 박찬호의 공을 받기 위해 나섰다.
박찬호는 주특기였던 강속구 대신 가벼운 공으로 시구를 마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역사적 일구'였다.
박찬호와 김경문 감독이 포옹을 나누는 사이 양쪽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이 걸어나와 박찬호를 둘러쌌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박찬호의 표정은 점점 상기됐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뒤 "이런 영광스럽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준 KBO와 후배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 한국인의 긍지를 늘 각인시켜 준 지인과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지만 이제 나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할 수는 없다"며 "야구인으로 더 성장하고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찬호다운 말이었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시절이었던 지난 1994년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설의 94학번' 중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국내 언론도 '박찬호가 누구냐'는 물음을 던질 정도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후 모든 야구팬들의 희망이자 꿈이 됐다. 1996년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총 17년간 124승을 거뒀다. 이는 지금까지도 아시아 투수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2005년 대만 투수 왕첸밍이 뉴욕 양키스에서 19승을 거두기 전까지 아시아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로 인해 후배 선수들의 미국행 문이 활짝 열리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도 했다.
특히 IMF 여파로 국민들이 힘들어 하던 1990년대 후반, 박찬호는 박세리와 더불어 꿈과 자긍심을 안겨다 준 영웅이기에 이날 박찬호의 은퇴식을 본 이들의 아쉬움이 더욱 진했다.
물론 박찬호의 빅리그 생활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부상을 숨긴 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부터는 부진을 거듭하며 이른바 '먹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친정 LA 다저스 복귀로 화려하게 부활하기 전까지 모두가 박찬호를 잊거나 지웠다. 당시 박찬호는 MBC 다큐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를 녹화하며 이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TV로 박찬호의 은퇴식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박찬호, 이제 마운드 위에 선 모습을 볼 수 없어 슬픕니다", "박찬호, 당신의 처음과 끝을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라던 다큐 생각이 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을 한화에서 보낸 박찬호가 2년여 만에 국내 야구팬들과 공식적인 작별인사를 갖고 영욕의 마운드를 떠났다.
박찬호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를 통해 '소박한' 은퇴식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얼마전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선 '뉴욕의 연인' 데릭 지터가 은퇴식을 가졌기에 묘하게 데자뷔를 이루었다.
박찬호가 지난 2012년 공식 은퇴 발표를 발표한 직후 그의 은퇴식을 위한 경기나 장소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올 초만 해도 "KIA타이거즈의 '새 집'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한화 선수 박찬호가 주인공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어 전망이 어두웠다. 하지만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단을 내렸다.
물론 우여곡절은 또 있었다. 18일 시구 직전 열린 퓨처스리그 올스타전이 경기 도중 내린 비로 노게임이 선언된 것. 야구팬들은 경기 이후 있을 박찬호의 은퇴식마저 볼 수 없을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비가 그치며 박찬호는 은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셈이다.
이날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직전, 전광판에 박찬호의 현역 시절 영상이 흘러나오자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박찬호를 연호했다. 챔피언스필드 왼쪽 외야 펜스가 열리며 검은 차량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고, 3루 파울 라인 근처에 멈춰 섰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차에서 내렸다.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 위에 선 박찬호는 허리를 숙여 팬들에게 인사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구심에게 깍듯이 인사하던 청년 박찬호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주고 선배이자 박찬호가 야구 스승으로 꼽는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포수 미트를 끼고 박찬호의 공을 받기 위해 나섰다.
박찬호는 주특기였던 강속구 대신 가벼운 공으로 시구를 마쳤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던지는 '역사적 일구'였다.
박찬호와 김경문 감독이 포옹을 나누는 사이 양쪽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이 걸어나와 박찬호를 둘러쌌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박찬호의 표정은 점점 상기됐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헹가래를 받은 뒤 "이런 영광스럽고 특별한 자리를 만들어준 KBO와 후배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야구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 한국인의 긍지를 늘 각인시켜 준 지인과 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사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싶지만 이제 나는 공을 던지면서 꿈과 희망에 도전할 수는 없다"며 "야구인으로 더 성장하고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찬호다운 말이었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시절이었던 지난 1994년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설의 94학번' 중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국내 언론도 '박찬호가 누구냐'는 물음을 던질 정도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이후 모든 야구팬들의 희망이자 꿈이 됐다. 1996년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총 17년간 124승을 거뒀다. 이는 지금까지도 아시아 투수 가운데 최다승 기록이다. 2005년 대만 투수 왕첸밍이 뉴욕 양키스에서 19승을 거두기 전까지 아시아 투수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로 인해 후배 선수들의 미국행 문이 활짝 열리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의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도 했다.
특히 IMF 여파로 국민들이 힘들어 하던 1990년대 후반, 박찬호는 박세리와 더불어 꿈과 자긍심을 안겨다 준 영웅이기에 이날 박찬호의 은퇴식을 본 이들의 아쉬움이 더욱 진했다.
물론 박찬호의 빅리그 생활에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1년 부상을 숨긴 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부터는 부진을 거듭하며 이른바 '먹튀'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친정 LA 다저스 복귀로 화려하게 부활하기 전까지 모두가 박찬호를 잊거나 지웠다. 당시 박찬호는 MBC 다큐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를 녹화하며 이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TV로 박찬호의 은퇴식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박찬호, 이제 마운드 위에 선 모습을 볼 수 없어 슬픕니다", "박찬호, 당신의 처음과 끝을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라던 다큐 생각이 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