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성공, 한국 정서 살리는데 달렸다
“심은경이 원작의 여주인공 우에노 주리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

만화로 시작해 드라마로 크게 히트친 일본의 ‘노다메 칸타빌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여주인공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 리메이크작 ‘칸타빌레 로망스’(가제)는 KBS2에서 오는 10월 방송한다. 현재 주원, 백윤식, 도희 등 주요 출연진을 확정한 상태다.

일본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는 니노미야 도모코가 클래식 음악을 테마로 쓴 만화다. 일본에서만 총 3500만부가 팔렸다. 2006년 일본 후지TV 드라마로 방영됐다.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 악장’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일본 열도에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는 크다. 하지만 리메이크작들의 부침이 심했기에 성공을 속단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드라마의 현주소는 어디쯤 와 있을까.

리메이크, 일본부터 대만까지

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이뤄졌다. MBC ‘하얀거탑’, KBS2 ‘공부의 신’과 ‘꽃보다 남자’ 등의 성공 이후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김혜수와 오지호가 주연한 KBS2 ‘직장의 신’은 ‘파견의 품격’ ‘만능사원 오오마에’를 원작으로 해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았다. 반면 고현정이 파격 변신한 MBC ‘여왕의 교실’(원작 ‘여왕의 교실’)이나 최지우가 주연한 SBS ‘수상한 가정부’(원작 ‘가정부 미타’) 등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대만 원작의 리메이크가 이어지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는 대만에서 드라마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13.64%를 기록한 ‘명중주정아애니’를 리메이크했다. 장나라와 장혁이 주연한 ‘운널사’는 하룻밤 실수로 아기를 가진 뒤 운명에 빠지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코믹터치로 그렸다.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도 대만 인기 드라마 ‘패견여왕’을 원작으로 했다. ‘마녀의 연애’는 능력이 출중하지만 30대 후반이라는 나이 때문에 ‘마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연상녀와 14세 연하남의 연애담을 그려 ‘골드미스’들의 인기를 얻었다.

리메이크 성공의 조건, 정서를 살려라

‘여왕의 교실’이나 ‘수상한 가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독특하고 과장된 캐릭터와 처절한 현실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기지, 만화적 상상력 등이 가득한 일본 드라마의 색다른 분위기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느꼈다. 그러나 요즘에는 원작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로는 어필하기 힘들다.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일본 원작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해 성공했다.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 배경을 바꾸고, 노희경 작가 특유의 감성과 인간에 대한 시선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너무 다르다. 원석의 좋은 점을 살리고 다시 해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한국은 드라마를 현실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공감하지 못하면 이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장의 신’ 황의경 PD는 “원작이 주는 느낌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고심을 거듭했다”며 “캐릭터를 통한 공감대와 통쾌함을 포인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로맨스 요소가 강한 대만 작품 역시 현지화가 관건이다. ‘운널사’의 이동윤 PD는 “원작과 다르게 ‘원나이트’ 이전에 두 사람이 운명적으로 만나는 상황을 많이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설정을 한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경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방영 중인 ‘운널사’의 중국 동영상 사이트 전송권은 회당 12만달러(약 1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이는 중국에서 한류 바람을 다시 불게 한 ‘별에서 온 그대’의 회당 전송권의 3배를 웃돈다.

최보란 한경 텐아시아 기자 orchid85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