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 현대차 국내영업총괄 부사장 "디젤 승용차 늘려갈 것…정숙성·가격에서 수입차 압도"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흐름 중 하나는 디젤차 열풍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넘어 일반 승용차 모델에서도 디젤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디젤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연비가 좋은 데다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해엔 처음으로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디젤차 인기의 혜택은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이 가져가고 있다. 오랜 기간 디젤엔진 개발에 힘써온 독일차 업체들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그랜저 디젤 모델을 앞세워 본격적인 안방 지키기에 나섰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사진)은 “정숙성을 우리만의 킬링 포인트(killing point)로 잡고 그랜저 디젤을 시작으로 다양한 디젤 승용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입차 인기가 커보이지만 일정 시점이 되면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선보인 그랜저 디젤을 평가한다면.

“올해 내놓은 2015년형 그랜저 판매량 중 디젤 비중이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올해 그랜저 디젤 판매목표는 당초 5000대였는데 지금 추세라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읽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놨다는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랜저 디젤의 인기 비결은.

“잘 달리면서도 조용한 디젤차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한 게 주효한 것 같다. 그랜저라는 이름으로 30년 가까이 쌓아온 브랜드 명성에 운전하는 재미와 우수한 연비를 기본 장점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독일 디젤차와 차별화하기 위해 정숙성을 우리만의 킬링 포인트로 잡았다. 가솔린차 이상의 정숙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능 측면에서 경쟁 수입차를 압도하고, 가격은 수입차보다 1000만원 이상 싸다.”

▷쏘나타 디젤을 비롯해 다른 디젤 세단은 언제 출시하나.

“승용차 디젤 라인업을 늘려가겠다는 큰 방향은 정해졌다. 다만 모델별로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계속 검토 중이다. 여전히 국내에선 가솔린차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솔린차로 성공해 해당 차종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반기에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의 ‘AG’ 신차를 내놓기로 했는데.

“고소득 중장년층을 붙잡기 위한 신차다. AG는 고급스럽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기본으로 한다. 중후하면서도 정제된 디자인으로 신형 제네시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랜저와 AG의 고객층이 겹칠 수 있는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로 수요 간섭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고급 수입차로 넘어가고 있는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입차의 인기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수입차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일정 대수를 넘어서면 전환점이 올 것이다. 정비수용능력 부족과 애프터서비스(AS)의 질적 저하 등 문제로 수입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해 서비스와 상품성 같은 현대차의 강점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그랜저 디젤과 AG 등으로 라인업을 보강해 단점은 최대한 보완할 생각이다.”

▷독일차 시장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기보다 현대차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대(對) 서비스’ ‘제품 대 제품’으로 정면 승부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상품성과 품질 측면에서 이미 독일차와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자부한다. 지난달까지 전국 9개 수입차 비교시승센터에서 제네시스와 BMW, 아우디 차량을 비교 시승한 소비자들의 제네시스에 대한 평가가 기대보다 훨씬 좋게 나놨다. 제네시스의 주행 성능과 승차감, 상품성 등이 수입차와 비교해도 손색 없다는 호평이 많았다.”

▷얼마전 인천 송도에서 KSF(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를 개최했는데.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 모터스포츠 저변을 넓히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지하철역 인근에서 이런 행사를 처음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언젠가는 ‘한국판 마카오 그랑프리’로 만들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에 비해 모터스포츠 저변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도록 하겠다.”

▷현대차가 성장한 이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지향적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사랑과 성원에 힘입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그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보답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국민기업에 걸맞은 브랜드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