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이어…중국시장 'K백'에 담는다
“한국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 나온 그 MCM 가방이야! 정말 멋있지 않아?”

위위라는 이름의 중국 여성은 15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새로 산 ‘MCM’ 핸드백 사진을 잔뜩 찍어 올렸다. 웨이보에서는 위위처럼 한국 가방을 구입한 것을 자랑하는 인증샷이나 한국 가방의 모조품을 판매한다는 광고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품 사랑’이 유별나기로 소문난 중국인들의 쇼핑 리스트에 국내 핸드백 브랜드들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이어 한국 핸드백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K뷰티’에 이어 ‘K백’이 새로운 패션·뷰티 한류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태진인터내셔날 ‘루이까또즈’는 한국에선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 중국 백화점·쇼핑몰에 매장 6개를 잇따라 연 데 이어 올해는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에서 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MCM은 지난해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230% 늘었다. 올 3월에는 상하이에 553㎡(약 167평) 크기의 대형 매장을 열었고, 5월 개점한 롯데백화점 선양점에선 1층 정문 옆에 입점하는 등 ‘물량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중국은 세계 명품 소비의 20%를 차지하고 5년 안에 40%까지 비중이 높아질 기회의 시장”이라며 “2016년까지 중국 매장을 100개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류 드라마의 후광에 힘입은 신규 진출도 늘고 있다. SK네트웍스 ‘루즈앤라운지’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들고 나와 일명 ‘천송이 가방’으로 유명해지자 지난 5월 말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냈다. 김지은 SK네트웍스 과장은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구경 오는 손님도 많다”며 “‘별그대’에 등장한 ‘비아 백’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제이에스티나, MCM, 쿠론
왼쪽부터 제이에스티나, MCM, 쿠론
로만손 ‘제이에스티나’도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 등을 모델로 내세워 중국에 진출한다. 7~8월 베이징·상하이의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고 내년 초에는 본토에도 매장을 연다. 코오롱FnC ‘쿠론’과 한섬 ‘덱케’ 등도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국내 핸드백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업체들이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반 의류는 미세한 디자인이나 사이즈 문제로 호불호가 갈려 상당수 업체가 고전하는 반면 핸드백은 이런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백세훈 한섬 마케팅팀장은 “중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격전지이지만 한국 브랜드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며 “한류 드라마 간접광고(PPL)와 연예인 모델 효과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에서 ‘K백’을 사 가는 중국인이 이미 많다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국산 잡화 브랜드 수는 2011년 15개에서 현재 40개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정경일 롯데면세점 바이어는 “해외 브랜드에 비해 국산 핸드백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것이 많아 중국인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