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강도 높게 추진한 ‘지하경제 양성화’로 기업과 개인의 조세불복 심판 제기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 세금을 돌려받은 금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1일 국세청과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불복 심판을 통해 추징 세금을 환급한 규모는 1조1715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1조508억원)보다 11.5%늘어난 것이다. 2010년 4578억원이던 조세불복 환급액은 불과 3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복지재원 위해 '세금 짜내기'…조세불복 급증
조세 불복 심판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조세불복신청은 7883건으로 전년(6424건) 대비 22.7% 증가했다. 2008~2012년 연평균 증가율(5.2%)의 네 배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국세청 세금추징에 심판을 청구한 기업도 전년 동기 대비 31.0% 늘어난 1376개사에 달했다.
이 같은 양상은 정부가 모자라는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무리한 세금 추징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대기업 등의 변칙적 탈루 적발 6900억원 △고소득 자영업자 탈루 2100억원 △숨긴 재산 추적 3300억원 등 지하경제 양성화 명목으로 총 3조1200억원을 더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세무조사 확대는 조세 불복 소송 인용률(국가 패소) 증가로 나타났다. 정부 패소율은 지난해 32.9%(지방세 제외)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었다. 2012년엔 26.7%였다. 국세청 추징금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 10건 중 3건은 납세자가 이겼다는 뜻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무리한 징세 행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돼 지속적인 세수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납세자들이 순응할 수 있는 적절한 세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세청은 올 들어 세무조사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이것이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돼 오히려 세수 확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세무조사 대상을 줄이고 조사 강도도 단축하기로 했다. 매출 3000억원 이상 대기업 1100개에 대해 원칙적으로 정기조사 위주로 세정을 펼치고 매출 규모 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은 세무조사 비율을 지난해 0.73%에서 올해 0.70%로 줄이기로 했다. 매출 100억원 미만 기업은 원칙적으로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김우섭/박한신/고재연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