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벽에 부딪힌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폐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간절히 호소합니다."

팬택 '출자전환' 눈물 호소에 이통사 "안타깝지만…"
10일 이준우 팬택 대표가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에 '출자전환' 참여를 호소했다.

팬택 채권단이 이통사에게 출자전환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팬택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팬택 경영진에 있음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팬택이 존속할 수 있도록 이통사가 채권단 제시안을 검토해 주길 눈물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팬택에 빌려준 5230억 원 중 3000억 원 가량의 출자 전환, 2018년까지 원금상환 유예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다만 SK텔레콤(900억 원), KT(500억 원), LG유플러스(400억 원) 등 이통 3사가 18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에 동참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채권단은 이통 3사에 답변시한을 지난 4일에서 8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그러나 이통사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며 결정시한을 오는 14일로 또 미뤘다.

이통 업계는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이 된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은) 팬택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애초 채권단이 이통사에 책임을 떠 맡긴 것부터가 잘못 됐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이통 3사가 출자전환에 끝내 반대할 경우 팬택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중단할 예정이다. 팬택은 워크아웃이 중단되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가 만약 출자전환을 받아들이면 팬택 채권단은 예정대로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다. 이통사 중에서는 KT와 LG유플러스가 채권 비중이 큰 SK텔레콤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팬택은 1991년 설립된 휴대폰 제조사다. 국내 휴대폰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경영난을 맞았다.

팬택은 2011년까지 1차 워크아웃을 겪었고, 이달 3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태다. 팬택은 지난 1분기 67억94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내 7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