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스포츠 종목입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 가입 회원국 (203개국) 숫자가 UN가입국 (193개국)을 넘어서지요. 전 세계는 왜 이처럼 축구에 열광하는 것일까?

어제 [브라질 대 독일]와 오늘 7월 10일 [네덜란드 대 아르헨티나] 24시간 간격으로 벌어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4강전 2게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답은 바로 “다르다”는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은 이날 새벽 5시,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준결승전의 방송 생중계에서 ‘전반 30분까지’ 가장 주목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이유는 “혹시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란 잔상과 같은 관념과 일종의 기대감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이런 추정의 근거는 물론 어제 전 세계로 중계한 TV 화면의 전반 28분경 스코어 표시에서 나타난,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독일 5 : 0 브라질에서 비롯합니다. 아래 캡처입니다.
그러나 이날 4강전 두 번째 경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전의 장면은 하루 전 경기와 180도 달랐습니다.

양 팀은 ‘설치다 브라질 꼴 날까’ 우려하는 듯 경기 내내 수비를 두텁게 하는 ‘부자 몸조심 전략’으로 맞서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약간 맥 빠졌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두 팀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와 아리언 로번은 ‘묵언수행’하는 스님처럼 보였다는 분석이 따릅니다.

때문에 TV화면에서 이 나라들의 득점 표시는 전반 30분을 넘어선 뒤 후반전의 종료 휘슬과 연장전 전후반 30분 등 총 120분이 흘렀음에도 0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아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스코어 표시 장면에서 보는 것처럼.
이처럼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와 추정과 예측을 번번이 벗어나 항상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축구.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새벽 이른 시간 TV화면에 시선을 집중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한편,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이날 연장전에 돌입한 이후, 이전에 승리로 이끌었던 8강전과 ‘다른’ 선택을 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판 할 감독은 0의 행진이 계속되자 연장 전반 9분경 마지막 교체 카드 (3번째)를 사용했습니다. 지친 듯 경기 내내 ‘저공 행진’하던 스트라이커 로빈 판페르시를 빼고 대신 클라스 얀 훈텔라르를 경기장으로 밀어 넣은 겁니다.

판 페르시는 이번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중력을 거스러는) ‘고공비행골’ 등 2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특히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부담스런 ‘첫 번 째’ 키커로 나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며) 자신 있게 구석으로 차 넣었지요. 이는 2번 키커 등 다른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모두 성공하는 디딤돌로 작용했다는 평가지요.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 교체카드에 대해 “판 할 감독이 연장전에서 끝내겠다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앞서 8강전에선 연장전이 끝날 무렵 골키퍼를 바꾸는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바뀐 골키퍼 팀 크롤은 승부차기에서 코스타리카의 킥 2개를 결정적으로 막아내 승리의 1등공신이 됐고요.

이는 또 루이스 판 할 감독에게 '용병술의 귀재'란 평가와 함께 명장 칭호를 안겨주었지요. 그러나 이날 4강전에서 판 할 감독이 선택한 교체 카드는 ‘궁극적으로’ 실패로 끝난 셈입니다.

연장전에서 골도 없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2대 4로 무릎을 꿇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네덜란드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론 플라르의 킥은 방향을 읽은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