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돌돌 말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투명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직원들이 30% 이상의 투명도를 구현한 18인치 투명 OLED를 선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돌돌 말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투명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직원들이 30% 이상의 투명도를 구현한 18인치 투명 OLED를 선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2020년 어느 날, 직장인 A씨는 거실 창문을 향해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투명하던 창이 갑자기 TV화면으로 바뀌어 액션 영화가 나온다. 영화를 본 A씨는 침실로 들어와 이번엔 벽을 향해 리모컨을 조작한다. 천장에 돌돌 말려 있던 스크린이 풀리면서 내려오더니 고화질(HD)급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LG디스플레이는 각각 18인치 크기의 두루마리형(롤러블·rollable) 및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을 개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돌돌 말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반지름 3㎝의 원으로 말아도 고화질(HD)급 영상이 구현된다. LG디스플레이 제공
반지름 3㎝의 원으로 말아도 고화질(HD)급 영상이 구현된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롤러블 OLED는 18인치 크기로 HD급 해상도(1200×810)를 구현한다. 곡률반경은 30R이다. 반지름 3㎝ 크기의 원으로 말아도 평면 형태의 화면을 표현하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폴리이미드 필름을 사용해 두께를 줄이고 유연성을 대폭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롤러블 OLED는 플렉시블 OLED의 일종이다. 첫 단계인 깨지지 않는(unbreakable) 디스플레이가 구부릴 수 있는(bendable) 단계와 롤러블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접을 수 있는 단계의 폴더블(foldable) OLED로 발전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가 롤러블 OLED와 함께 개발한 투명 디스플레이는 투명도(빛이 투과되는 정도)가 30%다. 10%였던 기존 제품보다 20%포인트 개선됐다. 업계 최초로 저온폴리실리콘(LTPS)이 아닌 옥사이드를 기반으로 OLED를 제작, 큰 화면을 만들기에 유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판 내부에 회로나 필름이 장착돼 있음에도 혼탁도는 2% 수준이다. 창문으로 따지면 바깥 사물을 98% 정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까지 투명한 두루마리형 60인치급 대형 OLED 개발도 추진 중이다. 투명한 창이나 두루마리형 스크린이 TV를 대체할 날이 수년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2017년엔 60인치도 가능

디스플레이 기술은 1970년대 흑백 브라운관 TV가 출시된 이래 꾸준히 발전해 왔다. 1995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이 시작됐고 이후 화질이 개선되고 크기가 커졌다. 2007년 백라이트를 형광등(CCFL)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면서 TV 두께가 얇아지고 화면이 밝아졌다. 이후 백라이트가 아예 필요없는 OLED 기판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OLED는 LCD에 비해 얇고 색 구현력이 좋다. 유리기판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어 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휘어진 스마트폰을 내놨고 내년엔 휠 수 있는 벤더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전히 기술적 어려움은 남아 있다. 화면이 깨지지 않는 두루마리형 OLED를 본격 양산하려면 앞으로도 최소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투명 OLED도 해상도를 높이면 투과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2017년까지 투명도가 40% 이상인 60인치대 초고화질(UHD)급의 투명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