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행장 승진 싫다는 기업銀 본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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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의 A본부장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부행장 승진을 포기했다. 올 들어 임원 성과급이 대폭 깎인 탓이다.

기업은행은 부행장부터 임원으로 분류되는데, 55세에 본부장으로 퇴임하고 조기 퇴직에 따른 퇴직금을 받거나 정년(60세)까지 일하면서 받는 돈이 부행장으로 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월급보다 많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은행원의 꿈인 ‘임원’이 되지 않으려는 은행원이 늘고 있다. 임원 승진에 따른 ‘명예’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임원 성과급이 크게 줄어든 기업은행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부행장급 임원의 성과급을 지난해 기본급의 최대 150%에서 100%로 깎았다. 부행장 기본 연봉(약 1억2000만원)을 감안하면 최대 연봉이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세금(38%)과 각종 경비를 제하면 잘해야 1년에 1억원 정도 받을 수 있다.

반면 본부장으로 55세에 퇴임하면 정년 전 퇴임으로 받는 퇴직금이 부행장 임기 3년을 꽉 채울 경우 남길 수 있는 돈보다 많다. 은행 관계자는 “부행장이 받는 업무 스트레스 등까지 감안하면 명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본부장부터 임원으로 분류되는 다른 시중은행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원으로 승진했다가 1~2년 만에 그만둘 수도 있다”며 “그럴 바에야 직원으로 명예퇴직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