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국제중재 포럼서 '밥그릇' 챙긴 법무부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얘기가 법무부에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최근 법무부가 주최한 ‘상사 중재의 선진화 방안’ 포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상업분쟁 국제중재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전문가를 초청해 발표와 토론을 들었다. 국제중재를 활성화하고 관련 제도를 어떻게 선진화할 것인지가 포럼의 주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날 발언한 복수의 전문가가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한상사중재원 담당 부처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법무부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상사중재원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상업분쟁을 연간 수십 건 해결하는 등 한국 국제중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곳이다. 상사중재원의 소관부처가 된다는 것은 국제중재 업무를 상당부분 넘겨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인해보니 법무부 관계자가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이런 주장을 해달라고 사전에 요청한 사실이 있었다. 공식 발표자나 토론자가 아닌 일반 참석자와 함께하는 플로어 토론에서도 법무부의 이런 ‘물밑 작업’이 있었다고 한다. 전형적인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였다.

법무부 관계자에게 그런 요청을 한 이유를 묻자 “밥그릇 싸움이 아니고 논의를 해보자는 의미였다.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도 불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법무부가 가리킨 전문가는 “내가 소관부처를 옮기는 것에 반대 의견인지 법무부가 사전에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소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을 들어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외국 기업이 ‘한국이 하는 국제중재는 공정하다’고 느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내 산업을 관할하는 산업부보다 기업에 중립적인 법무부가 낫다”는 게 이유다. 물론 국제중재가 사법절차와 비슷하기 때문에 사법절차를 관할하는 법무부와 맞는 면도 있다.

그러나 상사중재원은 산업부를 통해 등록한 사단법인이지 산업부 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방식이 공정성 시비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산업부가 기업 의견을 잘 수렴하기 때문에 수요자 중심 운영에 유리한 면도 있다.

국제중재 제도의 선진화는 산업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풀어가야 할 문제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관할권을 가져오기 위한 물밑 작업은 필요치 않아 보인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