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보고 절차 없고 철저한 기술중심 사고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수석 디자인 엔지니어인 매트 스틸은 7일 기자와 만나 최근 한국에 출시한 청소기 신제품 ‘DC52’에도 다이슨의 성공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필터를 교체하거나 세척할 필요가 없는 최초의 청소기다. 청소한 뒤 먼지를 털어버리는 것 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 없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흡입력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이 1993년 세운 회사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등이 이 회사가 발명한 제품이다. 청소기, 선풍기, 손 건조기 등 3개 제품만 파는 데도 지난해 세계 72개국에서 매출 60억파운드(약 10조3000억원), 순이익 8억파운드를 기록했다.
다이슨의 문화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스틸은 “보고서를 쓸 시간에 시제품을 만드는 곳”이라고 답했다. 불필요한 보고 절차가 없고, 시제품을 만들고 버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사라는 얘기다.
그는 “이번에 출시한 청소기를 개발하기 위해 무려 6년에 걸쳐 2000여개의 시제품을 만들었다”며 “어느 누구도 왜 허락 없이 시제품을 만드는지, 개발 기간이 왜 오래 걸리는지를 재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고경영자(CEO)인 다이슨 역시 “의사결정을 하긴 하지만 그 역시 한 명의 엔지니어일 뿐”이라며 “1주일에 최소 세 차례 엔지니어들과 만나 사소한 부분까지 함께 고민하고 의논한다”고 말했다.
‘RDD 센터’도 다이슨만의 강점이다. 연구(Research), 디자인(Design), 개발(Development) 등이 한 부서에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R&D와 디자인이 분리돼 있는 것과는 다른 구조다. 스틸은 “우리는 예쁘게 만드는 것과 좋은 기능을 구현하도록 만드는 것이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예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제품은 디자인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이슨 청소기는 비싸다. 이번에 나온 DC52의 국내 판매가격은 139만원이다. 삼성전자의 최고가 제품(80만원대)보다도 50만원 이상 비싸다. 스틸은 “싼 제품에 비해 더 적은 시간을 들여 완벽한 청소를 하는 것이 결국 돈을 아끼는 길”이라며 “다이슨 청소기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미생물까지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