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에서 7일 개최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2002년 대선 당시 정치자금 전달 이력과 1997년 대선 때 이른바 ‘안기부 북풍 관여’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두 의혹을 주로 부각하며 국정원장 자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여야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의 채택 여부를 8일 결정하기로 했다.

◆정치자금 전달 ‘후회’

이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과거 한때 정치자금 전달사건에 관여한 것을 가슴 깊이 후회한다”며 “내 머릿속에서 정치 관여라는 말을 완전히 지우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정원에 가장 시급한 게 정치개입에 대한 개혁인데 역대 여권 대통령 및 대선 후보들과 관계 맺은 분이 이를 과연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한 번의 실수였고 정치자금 불법 전달과 관련해선 백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차떼기 사건’ 연루 전력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당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불법자금을 받아 적발됐다”고 야당 측을 몰아붙였다.

특히 과거 이재정 경기교육감,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야당 측 인사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자기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남의 것만 지적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도 “이 후보자는 벌금만 나오는 등 정치자금과 관련해 핵심 인물이 아니었고 엄하게 처벌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고 이 후보자를 감쌌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책상에 놓인 질의 자료를 촬영한 한 국정원 직원의 임시취재증을 확인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책상에 놓인 질의 자료를 촬영한 한 국정원 직원의 임시취재증을 확인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북풍 개입하지 않았다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국가정보원 전신)의 이른바 ‘북풍’ 사건과 관련해서 권 의원이 “북풍의 진상은 무엇이고 어느 정도 관여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북풍과 관련해 당시 1년간 출국금지를 당해 조사받았지만 기소당하지 않았고 재판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풍’ 사건은 이 후보자가 안기부 제2차장으로 재직하던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가 월북한 오익제 전 새천년국민회의 고문의 편지를 공개하고, 김대중 당시 후보가 북한과 접촉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재미동포 윤홍준 씨 기자회견을 안기부가 도왔다는 의혹을 말한다.

◆국정원 직원 촬영 소동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시작 20여분 만에 국정원 직원이 청문회장에 들어와 야당의원 질의자료를 촬영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파행을 겪기도 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금 제 뒤에서 저희 의원들의 자료를 누군가 찍는 것 같아 신분을 물어보니 국정원 직원이라고 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인사청문회를 찍고 감시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여야가 확인한 결과 해당 직원은 국정원 직원이었고 국회 사무처로부터 ‘임시취재증’을 발급받아 청문회장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