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들의 출산율만 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요. 진짜 문제는 제때 결혼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구정책 전문가들은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배경으로 비혼·만혼을 들고 있다. 상당수 젊은이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출산율은 자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산율은 혼인연령과 반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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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1.84세. 20년 전인 1993년 27.55세보다 4살 이상 올라간 것이다. 이는 결혼 지연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12년 기준 29.6세. 1990년(24.8세)보다 5살 가까이 높아졌다.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난 영향이다. 남성의 초혼연령도 1990년 27.8세에서 지난해 32.2세로 높아졌다.

늦게 결혼할수록 아이를 많이 낳을 확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혼인연령과 자녀 수는 정확히 반비례했다. 아이가 없는 기혼녀에 자녀계획을 물었을 때 20대 여성은 평균 2.31명을 낳겠다고 했지만 30대 여성은 이보다 훨씬 적은 1.52명이라고 답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다문화센터장은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은 물론 교육 걱정 때문에 아이를 쉽게 낳지 못한다”며 “정부가 아무리 저출산 대책을 펴봤자 늦게 결혼하는 추세가 바뀌지 않는 이상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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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저출산 정책 효과로 기혼 여성의 출산율은 2005년 1.70명에서 2011년 1.99명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가임기 여성 중 미혼자의 비율 또한 2005년 37%(483만9000명)에서 2011년 41%(516만6000명)로 높아졌다. 기혼 여성 출산율은 늘었지만 전체 출산율(2013년 1.19명)이 오히려 떨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미혼 인구 급증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38.6%(2012년 기준)로 OECD 평균(27.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10년 새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저출산대책, 결혼장려로 전환해야

이 같은 양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청년층이 결혼을 꺼리는 원인 분석과 함께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 경제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심리가 강해진 것이 만혼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은 결혼에 따른 실직·이직 리스크가 남성보다 더 크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혼은 한국 특유의 구속적 결혼문화와 미비한 양성평등문화, 불안해진 노동환경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강화 등 여러 상황이 겹치며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취업 이후엔 높은 주거비와 고비용 결혼문화가 청년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높은 전셋값 외에도 결혼식 평균 비용만 5000만원에 육박한다.

신혼부부에게 정부가 경제적·정서적으로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신혼부부 지원대책은 전세자금대출기준 소득요건 완화 정도밖에 없다. 기혼자에게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미국 캘리포니아주)하거나 결혼축하금을 주는(핀란드) 여러 선진국에 비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결혼 인센티브는 거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의 방향을 기존 기혼세대 지원에서 결혼 지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만혼화 문제가 저출산 대책의 초점에서 비켜나 있던 게 사실”이라며 “결혼과 출산 시기를 앞당기는 게 향후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 특별공급, 전세자금 대출 등의 기준을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