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은 고딕 지구다. 서울의 명동 같은 이곳에는 가장 유명한 쇼핑거리인 라 람블라 거리를 중심으로 수백개의 상점과 레스토랑, 바 등이 자리해 있다.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는 곳이지만 여행자로서 한 번도 안 가볼 수는 없다. 하지만 현명한 여행자라면 고딕 지구보다 라 리베라 지구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단순·소박한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고딕 지구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라 리베라 지구에도 피카소 미술관과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 등이 있어 관광객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세 후기에 지어진 건물이 가득한 이 낡고 오래된 골목들 안에서 번잡함은 놀라울 정도로 덜해진다.

라 리베라 지구의 볼거리인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은 무역항의 전성기 시대에 지어졌다. 부유한 선장과 상인들이 돈을 모아 지었고, 항해를 떠날 때면 뱃사람들은 언제나 이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다.

고딕 지구에 있는 화려한 대성당의 외관에 비하면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하지만 팔각형의 가는 기둥들로 둘러싸인 중앙홀은 매우 신성하고 우아해서 최고의 결혼식 장소로 각광받는다. 주말 오후에는 둥그렇게 원을 둘러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 춤인 사르다나를 몇 시간씩 추는 사람들이 성당 앞을 메운다. 그들 틈에서 카탈란(카탈루냐 사람)의 생기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보른, 스페인 미식여행의 출발지

라 리베라 지구 안에 있는 보른 지역에는 유행을 선도하는 부티크 숍과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 입소문이 난 바(bar), 식도락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카사델핀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뜨거운 파에야를 맛볼 수 있다.
카사델핀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뜨거운 파에야를 맛볼 수 있다.

실험적인 현대 요리에서 아시안 입맛이 가미된 퓨전 요리, 스페인 지방 전통요리까지 두루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 지도상으로는 파세이그 델 보른(passeig del born)거리와 산타마리아 델 마르 성당까지 이어지는 플라카 데 산타마리아(the placa de santa maria)거리가 중심이 된다.

몬티엘 가스트로노믹의 하몽.
몬티엘 가스트로노믹의 하몽.
보른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레스토랑 중에는 몬티엘 가스트로노믹이 있다. 보른의 좁고 오래된 뒷골목에 있는 이곳은 바르셀로나 미식가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명소다. 수석 주방장인 페란 보파룰의 지휘 아래 최상급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창의적인 요리들이 인정받고 있다. 스페인 전역의 해안과 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찾아낸 재료로 완성한 메뉴들이 돋보인다.
보른지역에서 열린 벼룩시장.
보른지역에서 열린 벼룩시장.
좁은 골목 안에 숨은 최신 부티크숍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하루에 세 끼가 아니라 네 끼를 먹는다. 저녁식사를 밤 9시가 다 돼야 하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 사이에 일종의 간식 거리로 타파스를 먹는다. 타파스는 작은 접시에 내거나 이쑤시개로 음식을 고정시킨 형태의 핀초, 바게트 위에 각종 토핑 재료를 올리는 몬타디토 등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파스 바인 ‘엘 삼빠넷’도 보른 지구에 있다. 1929년 문을 연 이곳은 현지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곳으로, 늦게 가면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보른 지역은 그리 큰 동네가 아닌데도 워낙 미로처럼 골목들이 이리저리 나 있어 갈 곳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구시가지에 속하는 동네여서 개발이 제한돼 오래된 건물이 빼곡한 좁은 골목에는 빈민가처럼 어둡고 음습한 기운도 있다. 하지만 그 골목들 안에 최신 부티크숍이며 카페, 바 등이 들어선 모습이 반전에 또 반전을 만들어낸다. 보른의 골목에서는 길을 잃어야 오히려 재미있다.

보른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

카사 델핀


한국인에게도 간이 잘 맞는 뜨거운 파에야를 먹고 나면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풍족함을 느낄 수 있다. 카탈란식 생선 스튜 등 카탈란 단골들에게 인기 있는 전통 요리도 경험해볼 것.

호프만 파티세리아 (hofmann-bcn.com)

매일 아침 만드는 신선한 빵과 수제 초콜릿이 유명하다. 명성을 바로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소박한 분위기지만, 동화처럼 신비롭고 달콤한 맛이 가득하다.

몬티엘 가스트로믹 (restaurantmontiel.com)

최상급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창의적인 요리들이 인정받는다. 스페인 전역의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가져오는 80개의 질 좋은 와인이 있다.

이동미 여행작가 ssummers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