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부끄러운 생명경시'…軍전문인력 활용, 해법 찾겠다"
“호국안보의 역군이었던 예비역들이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재능 기부도 하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이명구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65·육사 29기·예비역 소장·사진)은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군사문제연구원은 전역한 대령과 장군들만 지원하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중사·중위 이상 예비역 부사관과 장교들의 취업까지 돕는 기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1994년 1월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연구로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예비역을 지원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원장은 “현역의 미래는 바로 예비역의 현재”라며 “예비역을 위한 가장 큰 복지는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전역 이전 장병에 대한 취업지원은 국방부가, 전역 후 3년까지는 국가보훈처가 챙기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매년 1만6000여명의 직업군인이 군복을 벗는데 7000여명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이 원장은 예비역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교육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정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개정하고 전국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예비역 간부와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을 ‘생명지킴이 전문강사’로 키우는 4개월 일정의 교육을 내달 1일부터 시작한다”며 “이들 강사는 현역 장병이나 학생, 공무원 등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재능도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생활서비스업도 이 원장이 관심을 갖는 분야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의 욕실 및 주방 공사, 베란다 확장, 새시 설치, 도배, 방수 작업, 보일러 설치 등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예비역들이 일할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협력사인 핸디맨에서 4주간 교육받고 4주간 실습을 마치면 현장 일을 할 수 있다”며 “예비역들에게는 교육비를 7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대폭 낮췄고 점포 임대보증금도 대출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비역 5명이 내달 1일부터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연구원은 송파에 직영점을 두고 희망자는 인턴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또 2019년까지 자체 기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고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3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 원장은 “비전투 분야의 민간위탁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예비역을 다수 고용하는 민군기업을 만들고, 민과 군이 상생할 수 있는 수익사업 아이템도 중점 개발하고 있다”며 “휴가장병들이 부대 내 충성마트에서 알뜰폰을 빌려 사용한 뒤 반납하는 군 렌털폰 사업과 근거리통신망구축사업, 지뢰제거작업 참여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