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기연주회를 하는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예술단장.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기연주회를 하는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예술단장.
지난 3월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선율에 맞춰 움직이던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예술단장의 지휘봉이 멈추자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경기필은 지난해 6월 단원들과 갈등을 빚던 전임 단장이 사임하면서 지난 1월 성 단장이 취임하기까지 반년 넘게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성 단장은 이날 연주한 교향곡 제목대로 경기필의 ‘부활’을 이끌어냈다.

경기필은 26일 저녁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날 정기 연주회에 선보일 곡은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교향곡 4번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와 벨라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공연을 앞둔 성 단장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만났다.

“시마노프스키의 곡은 피아노를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사용한 곡입니다. 버르토크의 작품은 교향곡처럼 구성된 합주곡 안에서 여러 악기들이 협주곡처럼 매력을 보여주는 형태죠. 두 작곡가 모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이 곡들을 만들었지만 비통함보다 재기발랄함과 유머로 가득 차 있어요.”

이날 연주곡은 둘 다 한국에서 쉽게 들을 수 없던 것이다. 성 단장은 “새로운 곡을 접하고 싶은 국내 클래식 팬들의 욕구가 클 것”이라며 “생존 음악가여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시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선보이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상주 작곡가 제도를 도입해 한국 작곡가의 곡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연주곡 중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버르토크가 미국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든 곡이다. 단원 개개인이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말러의 교향곡이 경기필의 ‘부활’을 알렸다면 이번에는 단원들을 소개하는 자리인 셈.

“무엇보다 무대에 대한 단원들의 갈증이 컸어요. 말러 공연 당시 단원들에게 ‘공백기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청중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을 날려버리도록 연주에 모든 것을 걸자’고 했어요. 그날 기립박수는 이런 마음이 객석으로 전달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성 단장에게는 줄곧 ‘여성 1호’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보스턴 심포니에선 137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지휘자였고,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도 첫 여성 부지휘자였다. 경기필 예술단장에 취임하면서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예술단장’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제가 지휘를 시작한 것은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의 지휘 영상을 보고 나서였어요. 지휘자의 에너지가 단원들의 역량을 120~150% 끌어내는 데 감명받았죠. 경기필도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해 감동을 드리는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