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동부제철 등 동부 계열사의 채권이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로 폭락했다. 또 주식시장에선 동부 계열사들이 모조리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매물이 쏟아졌다.

[동부그룹 중대기로] 개인투자자, 동부채권 투매…동부건설 회사채 9% 폭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팜한농 등이 발행한 회사채 거래가격은 이날 장내 일반회사채 시장에서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하루평균 거래가격 기준으로 동부건설 257회 채권가격이 8.88%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내년 2월 만기로 액면 1만원짜리인 이 채권은 전날 9959원에서 9075원으로 떨어졌다. 거래대금은 2억6900만원(액면금액 기준)으로 전날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연 10.52%에서 25.09%로 뛰어올랐다.

동부제철 172회 채권 거래가격은 9537원으로 5.89% 떨어졌다. 만기가 불과 11일밖에 안 남아 연 수익률은 무려 236.99%에 달했다. 거래대금은 10억1900만원으로 전날 대비 약 3배로 급증했다. 다음달 5일 정상 상환받을 경우 액면금액 1만원에 분기이자 210원(이표금리 연 8.40%)을 챙겨 투자원금 대비 7.05%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노린 투기적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투매에 나선 것은 원금 손실 가능성 때문이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채권단이 비협약 채권자(개인투자자)에게 손실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며 “종목별 채권자 집회를 열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채무재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 9월 동양 사태처럼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채권잔액은 현재 약 1조8000억원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 중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투자금액을 제외한 7000억원어치를 개인과 일반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동부제철 개인투자자만 3월 말 현재 약 1만137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약 6500명은 동부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을 매입해 불완전판매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선 동부제철 동부CNI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등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