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갉아먹는 '세금·노조'] 1% 전쟁…대기업 '고용창출 투자 공제' 없애나
정부가 내년 세제개편안을 8월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투세제)’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재계와 정부·정치권 간 치열한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고투세제는 기업이 기존 고용인원을 유지하거나 신규채용을 늘릴 경우 법인세에서 투자금액의 일정액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대신해 2011년 도입됐다. 도입 첫해부터 야당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제도라고 비판해왔다. 반면 대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센티브라고 맞서왔다. 올해도 대기업 공제혜택 축소 여부를 놓고 팽팽한 기(氣) 싸움이 한창이다.

◆4년째 계속되는 1% 세율 전쟁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최근 각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달 말에는 김낙회 세제실장 주도로 대·중소기업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올해 기업 관련 세제 가운데 경제계의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고투세제 개편 여부다. 올 연말로 이 제도 시행기간이 끝나는 데다 대기업만 수혜를 본다는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11년 고투세제를 도입한 이후 매년 대기업 공제혜택을 줄여왔다. 고용을 유지하거나 신규고용을 늘린 기업에 대해 투자금액에서 일정액을 감면해준다는 게 고투세제의 취지인데, 투자금액이 적은 중소기업은 사실상 혜택을 못본다는 정치권, 중소기업계 의견을 반영해서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고용을 늘릴 때 주어지는 ‘추가공제’와 달리 신규고용을 늘리지 않아도 혜택을 보는 ‘기본공제’의 경우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에 주로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해왔다. 예를 들어 기본공제율이 대기업 3%, 중소기업 5%인 경우 대기업은 100억원을 투자하면 기본공제로 3억원(100억원×3%)을 감면받는다. 반면 중소기업은 기본공제율이 높지만 여력을 짜내 10억원을 투자해도 5000만원(10억원×5%)밖에 감면 혜택을 못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정치권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중견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을 2011년 4~5%(수도권 투자는 4%, 비수도권 투자는 5%)에서 2012년 3~4%, 작년 2~3%로 매년 1%포인트씩 낮춰왔다. 올해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추가로 구분하고, 대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은 1~2%로 더 낮췄다.

◆대기업 세제혜택, 내년 ‘0%’ 되나

올해 고투세제 개편에 대해 기재부는 아직까지 세부방침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올해 말 일몰을 맞는 고투세제를 1년 더 연장해주고, 연초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지방 투자와 서비스업 투자에 대해선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율을 1%포인트씩 상향 조정한다’는 것만 정했다.

재계에선 그러나 대기업 공제혜택이 올해 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축소될 가능성이 큰 혜택으로는 ‘대기업 수도권 투자’가 가장 유력해보인다. 현행 고투세제는 비수도권에 투자하는 대기업에 대해선 기본공제율 2%를 적용하고, 수도권 투자 대기업은 투자액의 1%만 세금에서 빼준다.

‘고투세제=대기업 특혜’라는 야당 등 정치권, 중소기업의 반발이 여전한 점, 지방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 공제율만 0%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수도권 투자 대기업의 기본공제율을 0%로 낮출 경우 재계 반발은 상당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투세제는 대기업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인센티브”라며 “지난해 대기업에 대해서만 연구개발 세액공제를 축소한 데 이어 대기업 고투세제 혜택까지 줄이는 건 과도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