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에 훈풍이 불고 위험 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선 한국에 박힌 '미운 털'이 얼마나 강하고 오래갈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41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70억 원 순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그 강도가 세진않다.
외국인은 지난 주 전기전자 업종을 462억 원 어치 팔아치우며 6주 만에 순매도 해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빈 지갑은 대만에서 채웠다. 대만 증시에선 전기전자 업종을 11억2000달러 매수하며 11주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주식형 펀드 역시 2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며 "최소한 외부 리스크로 인한 신흥국 전체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가 아닌 것은 분명하며 결국 한국만의 어떤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실적 조정에서 원인을 찾았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8조원 중반대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8조 원이 붕괴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6월 초 이후 현재까지 27포인트가 하락했는데 삼성전자 혼자 36포인트를 끌어내렸다"며 "삼성전자만 아니면 현재 코스피는 2000선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한 한국 시장의 취약점을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 실적 부진에 대한 외국인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의 이탈이 추세적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무역 거래가 호전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측면이 외국인 매수를 지속시킬 수 있는 매력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이외의 종목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지난 3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종목에는 매도로 일관해왔지만 그 이후엔 '쇼핑 행태'를 바꿨다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지난 3월 이후 한동안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업종과 종목도 동반 매수하는 모습이 관찰됐는데 이는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