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푸르덴셜, 25년 '잘나간' 비결
영국 아비바그룹, 네덜란드 ING그룹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메트라이프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이달 나란히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았다. 두 회사 모두 한국에 진출한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영업 조직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이제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장기적 호흡으로 계약 관리에 집중해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아직 각각 2~3%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이지만, 신상품과 정도영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는 대단하다

○메트라이프, 2000억원 투자한 끈기

메트라이프는 한국 진출 11년 동안 적자를 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영업조직 재정비와 상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에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 실력 있는 소수 정예 설계사를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재정비했다.
메트라이프·푸르덴셜, 25년 '잘나간' 비결
메트라이프가 처음 흑자를 낸 것은 2000년. 김종운 사장은 “당시 임직원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기세를 이어가 2003년엔 변액 유니버설보험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투자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었다.

김 사장은 “한국 보험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외환위기와 글로벌 위기를 헤쳐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는 20~30년의 장기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가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화와 건강관리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내년 초 간병 등을 포함한 A&H(accident&health)형 상품 등 새로운 보장성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푸르덴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푸르덴셜은 종신보험을 들고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 보험은 보장보다는 저축 기능이 강조되던 때였다. 사망을 보장한다는 종신보험은 국내 보험시장에선 생소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푸르덴셜은 사망·질병 등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게 보험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선 처음으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남성 위주로 영업 조직을 구성했다. 보장 내용이 복잡해 전문성 높은 설계사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손병옥 사장은 “소비자들이 보험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상품 개발과 서비스 역량 향상에 집중했다”며 “이런 집념이 충성도 높은 영업 조직과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이 쉬운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인맥에 의존한 영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 영업으로 관행을 바꾸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며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상품만 권한다는 영업 원칙으로 불완전 판매 비율을 0.09%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보험사 최초의 여성 사장이기도 한 그는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후 생활비 외에 질병 보장, 상속 등과 같은 다양한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혼합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세대별 연금 계획을 수립해주고 고객층을 세분화한 맞춤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