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의견 무시" vs "투명선거"
교수들, 선출과정 평가 엇갈려…교수協, 이사회 전원사퇴 요구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평가에서 공동 2위였던 성 교수를 이사회가 최종 총장 후보로 결정한 것과 관련, 이사회의 전원 사퇴를 20일 요구했다.
교수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차례 평가로 정한 (후보)순위를 이사회가 단 한 번의 평가로 뒤집었다”며 “이는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는 후순위 후보를 최종 후보자로 정한 절차와 근거, 이유를 설명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원 사퇴한 후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총장 선출 방식에 반발이 커짐에 따라 성 교수가 소통을 통해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대표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총장 직선제 ‘선거과열’ 폐단 있어
서울대는 2011년 12월 시행된 ‘서울대 법인화법’에 의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이사회가 선출하는 간선제를 도입했다. 간선제 도입 논의는 법인화와는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있었다.
서울대의 총장 직선제는 1991년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통령 직선제에 이어 전국 대학 곳곳에서 총장 직선제를 도입할 때였다. 여기에는 총장을 가장 민주적인 결정 방식으로 선출한다는 대의명분이 작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직선제의 폐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교수사회에서 조직적 선거운동과 인맥 동원, 인기영합주의적 공약 남발 등이 발생했다. 정치판과 비슷한 금권·파벌 선거로 혼탁해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 평의원회는 2007년 총장 선출방식을 직·간선제 혼합방식으로 변경해 2010년 총장선거에 적용했다. 총장후보초빙위원회가 후보를 3인으로 압축한 뒤 전체 교직원의 직선제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학내 구성원 의사 뒤집은 간선제
서울대가 이번 총장선거에서 시행한 간선제는 총장 선출에 대한 최종적 권한은 이사회에 주되 후보자 3명을 선정하는 과정은 총추위에 맡겨 총추위원 30명과 정책평가단 244명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하는 형식을 취했다.
교수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 서울대 교수는 “교수 개별 접촉 등이 금지됨에 따라 선거 과정이 비교적 깨끗해지고 후보들 간 정책 경쟁이 이뤄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다른 교수는 “30명 남짓한 총추위와 15명밖에 안 되는 이사회가 전체 교직원을 대표하는 정책평가단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부정적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평가 순위와 총추위 1·2차 평가 순위, 이사회의 순위는 모두 달랐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 탈락한 한 교수는 “총추위원이나 이사회 같은 소수가 결정권을 쥐다 보니 선거운동이 교내외 주요 인사에 대한 로비전으로 흘러갔다”고 말했다. 그는 “총추위, 정책평가단, 이사회가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 서로 권위를 잃는 제도는 꼭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