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생수 제품인 ‘백산수’를 ‘신라면’에 버금가는 주력 브랜드로 육성한다. 농심은 창사 이래 최대인 2000억원을 투자해 백두산에 먹는샘물 공장을 추가 설립, 생산 규모를 5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농심은 지난 18일 백두산 주변 마을인 중국 얼다오바이허에서 백산수 신공장(조감도) 기공식을 열었다. 새 공장은 30만㎡ 부지에 연면적 8만4000㎡ 규모로, 2015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생산 가능 물량은 100만t으로 기존 25만t을 더하면 농심의 백산수 생산능력은 총 125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농심의 백산수 사업 확대는 신춘호 회장(사진)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본격화됐다. 신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식품기업의 사명은 인류의 무병장수와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라면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품 판매를 적극 확대하라”고 주문하는 등 백산수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투자금액 2000억원은 지난해 농심 영업이익(92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박준 대표는 “그동안 농심을 이끌어온 것이 라면과 스낵 사업이라면 향후 100년의 성장을 이끌 사업은 먹는샘물 사업”이라며 “회사 전체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농심의 백산수 사업 확대에 대해 2012년 말 삼다수 사업권을 반납한 데 따른 매출 감소분을 메우기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 유통을 맡아 15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을 1888억원까지 늘렸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는 바람에 유통권이 광동제약으로 넘어갔다. 이 영향으로 농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866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4% 감소했다.

농심은 백산수의 제품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대표는 “백두산 수자원 품질은 러시아 코카서스, 스위스 알프스 지방의 수자원과 함께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치매 증상을 줄여주는 실리카 성분과 충치 예방을 위한 불소 함량이 높다”고 말했다.

농심은 백산수의 판매처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백산수 공장에서 생산될 125만t 중 70%인 87만t가량을 중국 내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에 안착하면 공장을 증설해 200만t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 고급 먹는샘물 기업인 프랑스 ‘에비앙’과 경쟁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 판매에 나섰다. 지난해 생수 시장 점유율은 3.3%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하는 등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