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이 증권사와 편법적인 채권 ‘파킹거래’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당국은 맥쿼리 측이 ING생명 등 ‘큰손’ 고객들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불법 거래한 것으로 보고 채권 거래관행 전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ING생명·국민연금 이익 봐

편법 '채권 파킹거래' 맥쿼리에 철퇴
당국이 맥쿼리운용에 대해 특별검사에 들어간 것은 작년 말이었다. 업계 제보가 발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맥쿼리가 고객사들이 맡긴 돈을 펀드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채권 파킹을 일삼았고, 평가이익이 났을 땐 뒷돈을 챙기고 손실이 발생하자 증권사(채권 중개인)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운용사가 증권사에 구두로 채권 매입을 지시한 뒤 실제 결제하기 전 금리가 하락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용사는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다. 채권값이 하락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 채권 브로커는 “운용사와 증권사 파킹거래는 주로 메신저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며 “채권에서 평가손이 발생하면 책임 소재를 놓고 운용사와 증권사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들여다본 맥쿼리운용의 파킹거래 시기는 ING운용 시절인 작년 1~11월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채권값이 널뛰기했을 때다.

맥쿼리운용은 파킹해둔 채권가격이 급락, 큰손 고객사의 펀드 손실이 커지자 편법 거래로 보전해 줬다. 다른 펀드와 증권사에 손실을 전가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ING생명 110억원, 국민연금 4억원, 삼성생명 1억원 등 총 115억원의 손실을 메워줬다. 중개 증권사는 신영·아이엠·KTB·HMC·키움 등 7곳으로 확인됐다.

○당국 “맥쿼리 죄질 무겁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맥쿼리운용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3개월간 투자일임업의 추가 수탁을 금지하는 한편 과태료 1억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권 파킹거래 과정에서 증권사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맥쿼리운용 임직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증권사에는 기관경고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당국 관계자는 “특정 펀드 수익률을 높여주려고 다른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힌 행위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ING생명 등 파킹거래로 이익을 본 기관투자가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금을 맡긴 기관들이 수익률 조작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ING생명 측은 “파킹거래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 채권 파킹거래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book)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다른 중개인(증권사)에 맡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 결제하는 거래 방식이다. 금리 하락기엔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불건전 영업행위다.

조재길/허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