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지수가 199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라크 내전 위기 소식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수가 버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렇다 할 주도주가 보이지 않은 데다 원화 강세 기조도 여전한 만큼 돌파구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섯가지 불안 먹고 크는 곰(bear market)
○실망 1:외국인

코스피지수는 18일 전 거래일보다 0.6% 떨어진 1989.49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990을 밑돈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이다. 기관은 2786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냈다.

지수가 떨어진 것은 기관의 매물을 외국인이 받아주지 않아서다. 이날 외국인들이 유가증권에서 사들인 주식은 1382억원어치. 정책금융공사가 시간외 매매로 처분한 SK하이닉스 지분 1905억원어치의 대부분이 외국계로 넘어간 점을 감안하면 순매수 규모가 미미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는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약해지는 모습이다. 5월 마지막 주 3233억원에 달했던 순매수가 6월 첫째 주 2996억원, 둘째 주 136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외국인이 수치상으로는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사실상 국내 증시에 무관심하다고 봐야 한다”며 “1200조원 시가총액 증시에서 2조~3조원 사는 것은 한강에 돌 던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자산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외국인 수급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과 개인투자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의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며 “이 때문에 사소한 악재에도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실망 2:삼성전자

2분기 실적 우려도 최근 약세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 하향 리포트는 16일부터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익이 7조9000억원 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증권(8조원), HMC투자증권(8조1000억원)도 8조원대 초반으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13일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9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닝 쇼크’ 수준인 셈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CJ E&M 주가조작 사건의 여파로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실적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고 있고 다른 대형 상장사들도 입이 무거워졌다”며 “정보의 부재에 따른 공포감으로 기관과 개인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삼성전자가 7월 초 실적 컨센서스를 발표할 때까지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도주 부재를 약세장의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눈길을 끌었던 다음,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반짝 상승했던 삼성전자 등이 하락세로 반전한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원화 강세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시장에 꾸준히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송형석/이고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