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인 서울 공항동 송정중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혁신학교인 서울 공항동 송정중 학생들이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친구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은 나와서 얘기해 보세요.”

지난 13일 20명 남짓의 학생이 국어 수업에 한창이던 서울 공항동 송정중학교 한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번갈아 앞에 나와 주제와 관련된 본인의 의견을 발표했다.

이날 수업은 논설문의 구조. 교사가 간단하게 주제를 제시하고 논설문의 구조를 설명하자 4명씩 책상을 맞대고 모여앉은 학생들은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약 40분의 수업시간 동안 3~4번씩 책상을 옮겨 다니며 토론을 벌였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문제풀이 방법을 가르치는 여느 수업과는 달랐다. 이민철 교장은 “한 사람도 졸거나 딴짓을 하는 일이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혁신학교 수업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문예체 및 창의교육이 핵심

혁신학교에서도 국·영·수는 핵심 과목이다. 일반학교와 교육과정이 동일하다. 학생이 주소지에 따라 인근 학교에 배정되는 것도 일반학교와 똑같다. 이 교장은 “수업을 학생들이 주도하고 학교 운영에 교장보다는 교사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 학교와 다를 것이 없다”며 “학교에서 진보이념을 가르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창의인성교육을 기본으로 체험활동과 진로교육 강화, 입시 위주 교육 탈피 등을 공통 목표로 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수업 혁신’과 ‘학교 구성원들의 수평적 의사결정’으로 요약된다.

선생님이 주제를 제시해주면 △4~6명이 책상을 마주 대고 토론하며 함께 답을 찾는 토론식 수업 △체험활동·독서활동·동아리활동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연계·동원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프로젝트 수업’ △수학 등 어려운 과목은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등이다.

일반학교에서는 등한시되는 예체능 수업이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하늘초등학교에서는 학년별로 하모니카, 오카리나 등을 1년에 10시간 이상 배운다. 송정중학교도 매주 수요일을 ‘신나는 수요일’로 지정해 미술(1학년), 음악(2학년), 체육(3학년) 분야의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고교는 학부모 우려

혁신학교가 인기를 끌면서 혁신학교가 있는 경기 판교나 서울 도봉동에는 최근 강남에서 이사오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경기지역 혁신학교 인근의 전셋값도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13명 당선되면서 혁신학교는 4년 내 1700여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학교 확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초·중 단계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11~12월 실시한 ‘학교평가 시행을 위한 학교 공동체 만족도 조사’ 결과(5점 만점)에 따르면 학부모들에게서 평균 4.24점을 받았다. 전체 만족도 평균(4.22점)보다 높다.

반면 고등학교는 사정이 좀 다르다. 특히 고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교육업체 하늘교육에 따르면 서울지역 고교 단계 혁신학교 6곳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혁신학교 지정 이후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2개 영역 1·2등급 획득 수험생 비율이 지정 이전인 2011학년도 평균 8.4%에서 지정 이후인 2013학년도에 5.3%로 줄었다. 서울지역 고교 전체 평균(10.8%)을 크게 밑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교 교장은 “대입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안 돼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땐 혁신학교에 다니다가 중학교 고학년만 돼도 전학 가는 경우가 생긴다”며 “학력신장과 창의인성교육의 조화가 혁신학교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임기훈/정태웅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