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 특허를 놓고 3년 동안 소송을 벌이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미국에서 나란히 항소를 취하했다. 실익 없이 지루한 소모전을 벌이던 양측이 특허 분쟁을 합의로 끝내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15일 독일 지식재산권 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는 “지난 12일 삼성전자가 미국 연방 항소법원에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취하했으며, 애플도 이튿날 같은 판정의 항고를 취하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항소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피항고인인 ITC는 물론 다른 소송참가자인 애플과 협의했으며, 양쪽 모두 자발적인 소송 취하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항고 취하는 ITC의 (삼성 제품) 수입 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의미”라며 역시 항고를 취하했다. ITC는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두 건을 침해했다는 판결과 함께 갤럭시S와 갤럭시 탭 등의 미국 내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인정된 특허에는 ‘스티브 잡스 특허’로 불리는 ‘휴리스틱스 기술’도 포함됐다. 휴리스틱스는 화면을 정확하게 터치하지 않아도 그동안의 사용 정보를 이용해 인지한 뒤 사용자의 손동작이 반영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공식적으로는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 금지 명령이 유효하다는) 애플의 지적이 맞다”면서도 “상업적인 의미로는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ITC 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입 금지 제품이 모두 지금은 팔리지 않는 구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 분쟁을 합의로 끝내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애플은 지난달 16일 삼성전자의 우군인 구글과는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뮐러는 “만약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떤 종류의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애플은 삼성전자가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은 특허와 관련해 추가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애플의 소송 취하는 삼성전자와 어느 정도 합의에 성공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