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를 격추해 49명이 사망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동부 루간스크주 주도 루간스크에서 정부군 수송기 일류신(IL)-76이 분리주의 민병대의 공격을 받아 격추되면서 40명의 공수부대원과 9명의 승무원이 모두 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지난 4월부터 동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세력 진압에 나선 이래 가장 큰 피해다.

수송기는 이날 새벽 루간스크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도중 민병대의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교대 병력을 태우고 가던 수송기가 곡사포와 대구경기관총 등의 공격을 받아 격추됐다”고 설명했다. 루간스크시는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현지 공항은 정부군이 통제해왔다.

수송기 격추 소식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분리주의 민병대를 몰아내고 도네츠크주 남부 도시 마리우폴을 탈환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도네츠크주 북부 도시 슬라뱐스크 인근에서 정부군 헬기가 민병대 공격으로 격추돼 14명이 숨졌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애도의 날을 선포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자국 남부 지역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무장세력에 탱크와 대포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밝히고 즉각 휴전하라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자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히 정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