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5월까지 외국인 순매수액의 70%가량이 중국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주식의 지분 가치는 외국계 전체 지분 가치의 2% 수준. 하지만 2년 넘게 꾸준히 한국 주식을 매집하고 있어 증시에서 ‘왕서방(중국 투자자)’의 영향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순매수 ‘한류(漢流)’

15일 금융감독원 외국인 증권투자동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자금은 올 들어 5월까지 한국 주식을 1조41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전체 순매수(2조790억원)의 68.25%를 중국 자금이 차지한 것이다. 작년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4조7240억원)의 46.78%(2조2100억원)를 차지했던 중국 자금은 올 들어서도 매월 꾸준히 한국 물량을 사들인 덕에 순매수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1월 320억원, 2월 450억원, 3월 3600억원, 4월 6869억원, 5월 296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다른 국가 자금의 투자동향과 관계없이 순매수로 일관했다. 중국과 달리 영국계 자금은 올 들어 4조4000억원 넘게 순매도했으며, 미국계는 395억원 소폭 순매수에 그쳤다.

중국 자금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상장주식 가치는 9조6850억원으로 외국계 보유주식의 2.2%에 불과하다. 여전히 미국(39.5%)이나 영국(8.3%) 등에 크게 뒤처져 있지만 순매수 규모로만 보면 증시에서 ‘큰손’ 입지를 굳힌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자금의 한국시장 대거 유입 원인으로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고 있고 △중국 국부펀드 등 공적부문의 해외투자 수요가 많으며 △중국 민간자본의 해외증권 투자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점 등을 꼽고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 자금이 중국으로 몰려들어 돈이 넘쳐나고 중국 내 자금의 해외 진출 수요도 매우 많다”며 “중국의 자금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부만 한국시장에 유입돼도 중국 자금이 외국인 순매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자금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규모가 늘고 있다”고 거들었다.

한국 증시는 중국 자금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이미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해외투자펀드(QDⅡ)의 올 1분기 투자대상 국가 중 한국은 전체 투자액의 5.8%를 차지해 홍콩(54.9%) 미국(24.3%)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이 중국과 인접한 데다 문화적으로도 차이가 작아 중국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민간자금의 해외투자 제한조치가 완화되면서 채권투자에 집중했던 공공기관들과 달리 주식시장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中 선호 종목 잇단 강세

증권가에선 중국 자금도 다른 외국계 자금처럼 실적개선 종목이나 시가총액 상위종목,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계 자금 유입은 외국인 투자자 다변화와 함께 영미계 자금의 빈번한 유출입 충격을 상쇄하는 완충역할도 한다”며 “중국계 자금은 단기성 자금이라기보다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며 주로 시총상위 종목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업종이나 중국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종목의 강세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인 방문객이 많은 제주도 면세점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호텔신라는 올 들어 5월까지 39.10% 상승했다. 중국 관광객 증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카지노주인 파라다이스도 같은 기간 42.16% 올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