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가회동 이도아르쎄에서 열린 ‘이도콘서트(이콘)’에 참석한 사람들. 앞줄 오른쪽부터 이화익 관장 , 메조소프라노 박라현 씨, 이윤신 회장.
지난 12일 서울 가회동 이도아르쎄에서 열린 ‘이도콘서트(이콘)’에 참석한 사람들. 앞줄 오른쪽부터 이화익 관장 , 메조소프라노 박라현 씨, 이윤신 회장.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가회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이도아르쎄 3층 이도갤러리. 미술품으로 장식된 공간에 소프라노의 아리아가 울려퍼졌다. 표현력이 뛰어난 데다 기악적 테크닉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 오페라 가수 이윤경이 모차르트, 베르디, 슈베르트의 가곡과 한국 가곡 등 9곡의 노래를 열창했다. 30여명의 관객 중엔 감동에 젖어 눈가가 촉촉해진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 특별한 소규모 공연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도 콘서트, ‘이콘’이다. 이도아르쎄는 수공예 기업 ‘이윤신의 이도’가 운영하는 곳으로, 이콘은 본업인 수공예 외에도 미술,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윤신 이도 회장이 기획한 문화 사랑방이다. 20여명의 정회원 외에 정회원이 초대한 특별손님들도 참여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취미로 첼로를 연주하고 피아노와 오페라까지 공부하는 등 예술 전반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그가 이도아르쎄 본점을 가회동으로 이전하면서 도예 아카데미, 도예품을 판매하는 포터리샵에 카페와 갤러리를 꾸미고 음악까지 더한 이유다. 처음엔 전시회 개막 기념 행사로 작게 공연했던 것이 지인들의 호평으로 정식 행사가 됐고, 짝수달 둘째 목요일로 정례화됐다.

수백 명이 모여 공연을 감상하는 일반 콘서트와 달리 이콘 공연은 아무리 많아도 40명을 넘지 않는 ‘하우스 콘서트’다. 공연 전에 전시회를 관람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연주가·성악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전 좌석 R석’의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연이 진행되고 중간중간에 음악가로부터 음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에 좋다. 이윤경 씨는 이날 한국 가곡 2곡을 들려주면서 “옛날엔 상대적으로 부르기 쉬운 가곡은 멀리했지만 요새는 아름답고 슬픈 가곡, 우리 가곡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가곡의 매력을 설명했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고급 공연이지만 공연이 이콘의 전부는 아니다. 공연을 마치고 난 뒤 2층에서 와인 모임이 시작된다. 학계, 예술계,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회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다.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 박라현 씨를 비롯해 이화익 갤러리를 운영하는 이화익 관장, 김상일 이화여대 로스쿨 부원장,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등이 주요 회원이다. 정회원은 게스트 한 명을 초청할 수 있어 매회 30~40명이 모여 와인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 공연을 마친 음악가도 자리를 함께해 공연의 감동을 나눈다.

이 관장은 “매번 모임이 시작되기 전 갤러리를 찾아 전시품을 감상하고 공연을 듣는다”며 “미술과 음악이 아름답게 만나는 점이 이콘의 자랑거리”라고 설명했다. 한국 벤처 산업의 신화로 불리는 장흥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게스트로 참석해 “예술의 장소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한다는 것 자체가 창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콘 외에 이도아르쎄 강남점에서도 레스토랑 ‘세라즈마노’가 수요일 점심에 ‘마티네콘서트’, 목요일 밤에 ‘마노미니콘서트’를 연다. 이 회장은 “매주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며 “좋은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