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업계 '3重苦'…일감 줄고, 요구 깐깐해지고, 신분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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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
“50억원이요? 요즘엔 5억원짜리 프로젝트 따 오기도 힘들어요. 클라이언트(고객사)들이 얼마나 까다로워졌는데요.”
외국계 대형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A씨는 “고객사들이 예전처럼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컨설팅을 맡기는 일이 드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경영진단팀 등에서 사업방향과 전략을 짠 뒤 실행 단계에서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만 부분적이고 보조적인 일감만 외부에 맡길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대기업에 입사할 걸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폼나는 ‘전략 컨설팅’은 과거의 일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컴퍼니와 AT커니 등 국내에 진출한 대형 전략컨설팅 회사들은 일감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국내 대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경영전략과 장기 발전 비전 등을 수립할 때 외부 컨설팅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중견 컨설턴트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10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즐비했지만, 지금은 팀장급 컨설턴트 1명에 5년차 이하 컨설턴트 2~3명이 붙는 소규모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가격도 과거엔 건당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갔지만 이젠 3억~5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때 대기업은 물론 한국 정부부처까지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에 앞다퉈 일감을 맡기면서 컨설팅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전략컨설팅의 실효성 등에 대해 비판이 나오면서 대기업의 컨설팅 의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략컨설팅 업계 안에서부터 ‘좋은 시절’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눈높이 높아진 한국 대기업들
일감을 맡기더라도 대기업 고객사들의 요구는 갈수록 세밀하고 깐깐해지고 있다. 뜬구름 잡는 전략이 아니라 지극히 구체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방법론을 대기업들이 요구한다고 컨설팅 업계는 전했다.
하상우 AT커니코리아 대표는 이와 관련, “고객사들이 그만큼 현명해졌기 때문”이라며 “컨설팅사가 과거보다 3~4배 더 깊이 연구하고 공부해도 고객사 요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국내 컨설팅 시장 태동기 때만 해도 기업들은 해외 자료를 수집, 번역해 제공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출신이 많은 데다 기업들의 전문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영컨설팅사들은 최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거슨레먼그룹(GLG)과 같은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들과 업무 연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는 임직원 채용을 알선하는 헤드헌팅회사와 달리 법률·의학·정보기술(IT) 등의 분야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고객사 자문이나 강연에 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구지영 GLG 한국사무소 이사는 “최고 전문가를 찾아달라는 컨설팅회사들의 의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2012년 아예 서울사무소를 세웠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계도 상시 구조조정
컨설팅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대형 컨설팅사의 한 컨설턴트는 “형식적으로는 정규직 컨설턴트로 채용하지만, 실제로는 개별 프로젝트를 위해 뽑았다가 수개월 만에 해고하는 ‘월간 단위용 신입 컨설턴트’가 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다수 외국계 컨설팅 회사는 신입 컨설턴트를 뽑을 때 연봉 비공개와 더불어 해고 통보 때 어떤 항의도 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건을 병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불시 해고 통보를 가장 많이 받는 건 5~10년차 컨설턴트들”이라며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된 뒤 다른 컨설팅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가 다시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 컨설팅사에 3년 이상 근무하는 젊은 컨설턴트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고, 연봉이 다소 줄더라도 아예 대기업으로 전직하려는 컨설턴트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외국계 대형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A씨는 “고객사들이 예전처럼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컨설팅을 맡기는 일이 드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경영진단팀 등에서 사업방향과 전략을 짠 뒤 실행 단계에서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만 부분적이고 보조적인 일감만 외부에 맡길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대기업에 입사할 걸 진로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폼나는 ‘전략 컨설팅’은 과거의 일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컴퍼니와 AT커니 등 국내에 진출한 대형 전략컨설팅 회사들은 일감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국내 대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경영전략과 장기 발전 비전 등을 수립할 때 외부 컨설팅사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중견 컨설턴트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10명 이상의 컨설턴트가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즐비했지만, 지금은 팀장급 컨설턴트 1명에 5년차 이하 컨설턴트 2~3명이 붙는 소규모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가격도 과거엔 건당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까지 갔지만 이젠 3억~5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따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덧붙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때 대기업은 물론 한국 정부부처까지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에 앞다퉈 일감을 맡기면서 컨설팅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전략컨설팅의 실효성 등에 대해 비판이 나오면서 대기업의 컨설팅 의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략컨설팅 업계 안에서부터 ‘좋은 시절’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눈높이 높아진 한국 대기업들
일감을 맡기더라도 대기업 고객사들의 요구는 갈수록 세밀하고 깐깐해지고 있다. 뜬구름 잡는 전략이 아니라 지극히 구체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방법론을 대기업들이 요구한다고 컨설팅 업계는 전했다.
하상우 AT커니코리아 대표는 이와 관련, “고객사들이 그만큼 현명해졌기 때문”이라며 “컨설팅사가 과거보다 3~4배 더 깊이 연구하고 공부해도 고객사 요구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국내 컨설팅 시장 태동기 때만 해도 기업들은 해외 자료를 수집, 번역해 제공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출신이 많은 데다 기업들의 전문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영컨설팅사들은 최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거슨레먼그룹(GLG)과 같은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들과 업무 연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 네트워크 회사는 임직원 채용을 알선하는 헤드헌팅회사와 달리 법률·의학·정보기술(IT) 등의 분야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고객사 자문이나 강연에 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구지영 GLG 한국사무소 이사는 “최고 전문가를 찾아달라는 컨설팅회사들의 의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 2012년 아예 서울사무소를 세웠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계도 상시 구조조정
컨설팅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대형 컨설팅사의 한 컨설턴트는 “형식적으로는 정규직 컨설턴트로 채용하지만, 실제로는 개별 프로젝트를 위해 뽑았다가 수개월 만에 해고하는 ‘월간 단위용 신입 컨설턴트’가 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다수 외국계 컨설팅 회사는 신입 컨설턴트를 뽑을 때 연봉 비공개와 더불어 해고 통보 때 어떤 항의도 하지 않는다는 계약 조건을 병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불시 해고 통보를 가장 많이 받는 건 5~10년차 컨설턴트들”이라며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된 뒤 다른 컨설팅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가 다시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 컨설팅사에 3년 이상 근무하는 젊은 컨설턴트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고, 연봉이 다소 줄더라도 아예 대기업으로 전직하려는 컨설턴트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