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산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한 바퀴 도는 250㎞의 길이다. 프랑스관광청 제공
‘투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산을 중심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한 바퀴 도는 250㎞의 길이다. 프랑스관광청 제공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각자가 화두를 갖고 걷는 길


파울로 코엘료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이후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순례자’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그가 길을 걸으며 겪은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끝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걸어가는 길을 말한다. 전 세계의 순례자들이 야고보의 무덤을 참배하기 위해 걸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하면서 유명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주로 유럽인이 많이 찾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인이 제일이다. 지난해 한국인 순례자는 2770명으로 일본인의 세 배에 이른다. 일반 관광객 등을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제주 올레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만큼 원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순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정은 프랑스 남부의 생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을 넘는 807㎞의 프란세스 길이다. 전체 순례자의 약 70%가 이 코스를 걷는다.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가 걸었던 길을 가면서 깨달음을 얻으려는 종교적 목적에서 찾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순례자의 40%만이 종교적인 이유로 이곳을 찾고, 자연경관 감상, 심신단련, 사색 등을 위한 방문객이 전체의 55%에 달한다.

하루에 20~30㎞를 한 달 동안 걷는 것은 사실 가혹한 여정이다. 고생 끝에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걸어보지 않고선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투르 드 몽블랑

몽블랑 주위의 절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투르 드 몽블랑’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한 바퀴 도는 250㎞의 길이다. 몽블랑을 중심에 놓고 주변 산을 일주하는 산악 도보 코스다. 완주하려면 하루 7~8시간씩 2주 가까이 걸어야 하는 여정이지만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가기를 소망하는 꿈의 장소이기도 하다. 만년설산, 빙하, 거울 같이 맑은 호수, 산속 마을이 연출하는 풍광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데다 3개국을 도는 동안 각 지방의 역사나 문화도 체험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투르 드 몽블랑은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코스로 난도가 그리 높지 않고, 160개 정도의 다양한 길이 얽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과 일정 등을 고려해 계획을 짤 수 있다. 알프스의 신록이 펼쳐지는 7~8월이 성수기다.
샤모니 몽블랑, 길없는 길을 걷다
여행팁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로 유명한 생장 피드포르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파리에서 바욘을 경유해 생장 피드포르까지 열차로 6시간20분 정도 걸린다. 순례길을 걷는다고 모두가 순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발 전 순례자 사무소 등에서 ‘크리덴시알’이라 불리는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여권을 갖고 이용한 간이 숙소인 ‘알베르게’나 레스토랑, 바, 카페, 여행자 안내센터 등에서 도장을 받으면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의 순례자 사무소에서 증명서를 준다. 몽블랑 산 기슭에 자리한 프랑스의 ‘샤모니 몽블랑’은 ‘투르 드 몽블랑’의 시작점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