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에 굶주린 지구"…식품업계 M&A붐 이유 있었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을 먹거리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경제 성장으로 고기 우유 치즈 등 단백질 식품을 찾는 중산층이 급증하면서다. 올해 중국 기업의 M&A 가운데 17%가 해외 식음료 기업이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30년 1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이 연 99파운드(45㎏)로 1991년(73파운드)과 2007년(86파운드)에 비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업계 초대형 M&A 활발

세계 2위 육가공업체인 미국 타이슨푸즈는 최근 육류업체 힐샤이어를 77억달러(약 7조8347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힐샤이어의 부채를 포함하면 인수비용은 85억5000만달러. 육류업계 최대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 WH그룹(전 솽후이그룹)은 지난해 미 육가공업체 스미스필드푸드를 47억달러(약 4조7822억원)에 사들였다.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글로벌 육류업계 사상 최대 M&A였다. 중국 국영기업인 광밍식품은 지난달 이스라엘 최대 유제품업체 트누바푸드 지분 56%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인 브라질 JBS도 지난 10년간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대표적인 회사다. 올해 힐샤이어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지난해까지 닭고기 유통업체 세라브라질, 필그림스프라이드, 스위프트 등을 인수했다. JBS의 작년 매출은 417억달러(약 42조4297억원)로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신흥국 입맛 변화…육류 소비↑

식품업체의 몸값이 뛴 것은 세계인의 입맛이 변하면서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는 중산층 소득 증가로 고기 우유 치즈 달걀 등 단백질 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리얼이나 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줄이고 고기 요구르트 등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있다. 월드뱅크는 “1980년대와 비교하면 중국인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가 평균 40% 증가했다”며 “소득 증가는 음식의 양과 질적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기 치즈 견과류 등을 하나로 포장한 단백질 패키지 식품은 지난해 연간 판매액 75억달러(약 7조6312억원)를 기록했다. 4년 전보다 50% 성장한 규모다. 작년 미국의 우유 수출량은 15% 증가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전 세계 육류 소비는 앞으로 10년간 1.9%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과 홍콩의 육류 수입 증가량은 이 기간 5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옥수수, 콩 등 사료가 되는 곡물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미국 옥수수 경작지는 약 39만2545㎢로 1930년대 이래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소·돼지가 지구 온실효과 주범

육류 소비가 증가하면서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소 한 마리가 보통 트림 등을 통해 하루 250~300L의 메탄가스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효과는 자동차나 냉장고를 하루 종일 쓰는 것과 맞먹는다. 지구 전체 온실효과의 약 19%가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소 개발 지원에 나섰다. 백악관은 최근 메탄가스 방출 억제 계획을 세우고 식이보충제, DNA소화관 테스트, 부착식 가스 탱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르헨티나 국가농업기술협회 과학자들은 소의 위를 튜브로 연결해 가스를 모으는 배낭을 개발했다.

아예 소를 비롯한 육류 소비를 줄여 메탄가스 발생 자체를 억제하자는 주장도 있다. 일미 그란오프 글로벌개발협회장은 “기후 변화를 막는 빠른 방법은 자동차나 석탄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