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끝에 비가 내리던 날, 빗소리보다 시원한 그와 만날 수 있었다. 특유의 웃음으로 편안함을 주는 청량한 ‘그녀’ 백지영과의 인터뷰는 말 그대로 단비 같았다. 지난달 26일 ‘여전히 뜨겁게’로 약 1년4개월 만에 컴백한 그는 어느덧 데뷔 15년차의 중견 가수지만, 컴백과 동시에 6개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그동안 준비한 보람도 있고, 특히 스태프들이 지지해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고요. 훌륭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여전히 뜨겁게’는 열렬히 사랑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적인 노랫말이 돋보인다. 백지영 특유의 애절한 감정이 더해지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가사의 의미를 살린 뮤직비디오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뮤직비디오 속 노인 분장의 주인공이 17세의 여진구란 점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곡 자체가 평범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사랑했던 마음과 열정을 그리는 노래예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랑했던 감정, 사랑, 열정을 그리워하는 노인의 첫사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노인 분장이 가능한 마스크를 가진 최적의 배우가 여진구 군이라고 생각했죠.”

백지영은 자신의 앨범 수록곡뿐 아니라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 ‘그 여자’부터 KBS2 드라마 ‘아이리스’ OST ‘잊지 말아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좋은 곡을 선곡하는 데 그만의 비법이 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많은 곡 중 의도적으로 타이틀용으로 쓴 곡은 뭔가가 느껴져요. 화려한 코드나 많은 악기에서도 진정성이 있겠지만, 곡 안에 내재된 진정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전히 뜨겁게’도 사실 그다지 화려한 노래는 아닌데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그게 노하우라면 노하우 아닐까요.”

‘발라드 여왕’이라는 넘볼 수 없는 왕관을 쓴 백지영은 많은 후배들의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을까.

“그동안 가수 생활을 하며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눈에 보이는 통계나 그래프로 표현할 수 없는 일일수록 진정성이 중요해요. 가수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익숙한 노하우에 젖는 순간 딱 촌스러워지거든요. 저는 그런 것과 타협하지 않아요. 지름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열심히 해서 나오는 진정성 있는 발라드나 댄스를 하고 싶어요.”

진정성과 열정을 강조하는 백지영의 모습에서 그가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백지영은 오는 9월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4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끓는점의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최진실 한경 텐아시아 기자 tru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