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도피를 총괄 기획·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핵심 신도 ‘신엄마’가 13일 검찰에 자수했다. 또 유씨의 친형인 병일씨(75)도 긴급 체포되는 등 유씨 핵심 측근들의 신병이 속속 확보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김엄마’와 함께 유씨의 도피 계획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신엄마’는 이날 낮 12시께 변호인을 통해 수원지검 강력부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이후 검찰은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근거로 오후 1시28분께 수원지검에 자진 출석한 신씨를 체포해 인천지검으로 압송했다. 신씨는 그동안 유씨 일가의 재산 관리를 하는 등 간부급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도피 과정에서도 도피자금 및 은신처 마련 등을 신도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씨의 딸인 30대 박모씨는 모친 지시로 대균씨와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를 상대로 유씨 도피를 실제 주도했는지와 함께 유씨와 장남 대균씨의 소재지 및 이동 경로를 캐물을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경기 안성시 금수원 뒤편 야산 진입로 인근에서 안성경찰서에 긴급체포된 유씨의 형 병일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병일씨는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250만원 등을 받은 혐의로 앞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병일씨가 지난 11~12일 금수원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진행된 직후 인근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에 주목해 유씨의 도피를 돕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금수원 인근 ‘비밀별장’으로 알려진 곳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핵심 측근인 두 명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유씨 부자의 소재 파악 및 검거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의 자수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이뤄졌거나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조계웅 구원파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금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하수구를 파헤치고 지하벙커를 찾느라 냄새나는 정화조까지 파헤쳤지만 찾겠다는 사람을 못 찾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세월호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3일 현재까지 참사 책임을 물어 사고 관계자 총 32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