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레스토랑 '스시선수(善水)', 참치의 참맛…펄떡이는 바다 한 입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에는 고급 스시 전문점이 몰려 있다. 호텔 출신 셰프들이 자신의 가게를 이곳에 차례로 열면서 ‘스시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의 호림아트센터에 있는 ‘스시善水’도 그중 하나다. ‘선수(善水)’는 노자 도덕경의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따왔다.

지난 12일 오후 런치와 디너 사이의 준비시간에 이곳을 찾았다. 가게에 들어서자 스시 카운터에서 셰프들이 디너 준비에 한창이었다. 밝고 흠이 없는 원목 카운터가 눈에 띄었다. 총괄셰프인 최지훈 셰프는 “일본에서 히노키(편백나무)를 직접 가져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식 레스토랑 '스시선수(善水)', 참치의 참맛…펄떡이는 바다 한 입
히노키는 일본에서 최상급 목재로 꼽힌다. 스시선수의 카운터와 도마는 히노키 중에서도 고급인 ‘기소 히노키’로 만들었다. 최 셰프가 2011년 일본에서 7400만엔을 들여 직접 낙찰받은 것이다. 운송비와 목재를 가공해 카운터와 도마를 만드는 비용 등을 포함해 1억3500만원을 나무에 썼다. 그는 “스시 카운터는 고객이 가게에 들어설 때 처음 마주하는 것으로 스시 전문점의 인상을 좌우한다”며 “셰프들 사이에서 스시카운터는 곧 가게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최 셰프가 가장 먼저 자신 있게 내놓은 것은 참치 스시였다. 참치 뱃살 중 최고급인 오도로, 뱃살과 등 사이 부분으로 육질이 부드러운 주도로, 지방이 적어 담백한 아카미 등 세 가지 스시를 한 접시에 담아 내왔다. 참치는 신선했다. 입에 넣고 씹을 새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스시선수에서는 냉동참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당 30만원에 달하는 생참치만을 사용한다. 최 셰프는 “과거 일본에서는 좋은 참치가 없으면 스시 전문점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며 “고급 참치를 사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치에 대해 설명하는 도중 두 차례나 말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제주도에 있는 참치회사에서 온 전화였다. 최 셰프는 “매일 거래처에 들어온 참치의 품질을 확인해 최상급만을 쓴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창의적인 사이드 메뉴를 소개했다. 먼저 대게찜에 꽃게로 담근 장을 버무린 후 새우를 올린 요리가 나왔다. 대게의 쫄깃함과 꽃게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뤘다. 올봄 꽃게철에 만들어 둔 게장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성게알을 올린 메밀소바도 맛볼 수 있었다. 성게알을 으깨 버무린 후 메밀소바와 함께 먹는 요리다. 입에 넣으면 성게알 특유의 바다향이 느껴진다. 여름철에만 내놓는 별미다.

일식 레스토랑 '스시선수(善水)', 참치의 참맛…펄떡이는 바다 한 입
이곳의 메뉴는 간단하다. 스시코스(12만원)와 사시미코스(15만원), 그리고 셰프가 당일의 좋은 재료를 엄선해 내놓는 오마카세(18만원부터) 등 세 가지 메뉴가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참치뿐 아니라 광어 고등어 아나고(붕장어)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코스에 포함돼 있다.

오마카세를 주문하면 사시미와 스시를 차례로 맛볼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이들 메뉴를 절반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좌석은 50석 정도다. 카운터에 13자리가 있고 홀에 두 개 테이블, 그리고 룸 네 곳이 있다. 5명의 홀 직원은 물론 13명의 셰프가 직접 서빙까지 담당한다. 주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오너들, 연예인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 예약은 며칠 전에 해야 한다.

음식을 다 먹고 문을 나서려는데 입구에 전시된 술잔이 눈에 들어왔다. 주석으로 만든 잔의 내부에 금을 입힌 것이었다. ‘전시용으로 올려둔 것이냐’고 묻자 “실제로 사용한다”고 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직접 주류 카운터로 가서 확인해봤다. 다양한 모양의 술잔이 찬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주석으로 만든 잔은 냉기를 보존하기 때문에 사케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사케 종류도 다양하다. 10만~20만원대부터 최근 호텔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고쿠류의 하치주하치고(75만원) 등 고급 사케까지 준비돼 있다.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