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두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을 뿐 아니라 코스닥이 나스닥보다 상승률이 더 높았다.
두 주가가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0년은 성장산업이 도입되는 단계여서 실적으로 주가가 설명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미래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즉 현재 이익이 크게 나지 않아도 앞으로 상황이 좋아질 거란 기대만 있으면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 성장산업에 대한 기대는 한국이나 미국 모두 같았기 때문에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반면 어떤 기술이 수익을 올릴지 투자자들이 일일이 판단하는 게 요즘이다. 실제 검증된 결과에 의해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산업이 전통기업보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강하다는 사실도 주가 차별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을 지배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나스닥시장에는 인터넷 휴대폰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세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다수 있다.
코스닥 기업들이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한다면 모르지만, 현재로선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락도 쉽지 않다. 이미 5년간 저점을 다진 상태인 데다 유동성이나 실적 면에서 악화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상하 모두가 막혀 있어 코스닥 주가의 향방은 테마와 투기적인 매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우 <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