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걸린 '월드컵 특수'…TV 빼곤 실종
지난 10일 오전 온라인 축구 유니폼 판매 업체인 레플리카룸의 박봉준 대표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이 가나에 네 번째 골을 허용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박 대표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와 비교하면 한국 대표팀 유니폼 판매량은 고작 10% 수준”이라며 “거리응원 규모도 축소된다는데 대표팀 성적마저 안 좋으면 장사를 망칠 것 같다”고 했다.

태클 걸린 '월드컵 특수'…TV 빼곤 실종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업계는 울상이다. ‘월드컵 특수’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TV 판매가 늘었을 뿐 붉은악마 티셔츠를 비롯한 각종 응원용품과 축구용품 판매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11일까지 이마트의 월드컵 응원 티셔츠 판매량은 1만장으로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시점과 비교했을 때 25% 수준에 그쳤다. G마켓과 11번가도 월드컵 관련 상품 판매가 4년 전에 비해 각각 40%와 25%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응원 티셔츠는 기업 등 단체 구매 수요가 60% 이상”이라며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기업 구매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거리응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점도 티셔츠 판매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라고 이마트 측은 설명했다.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응원을 열지 않기로 했다.

여행상품도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한 달 전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3개국을 다녀오는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항공사에서 할당받은 좌석을 모두 반납하고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예약자가 거의 없어서다.

유통업계는 치킨 등 야식 매출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시간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4~7시에 시작한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경기 시간이 출근 시간에 가까워 치킨 등을 먹으며 축구경기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월드컵을 조금이라도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U와 GS25는 월드컵 기간 도시락 삼각김밥 등 아침식사 메뉴를 할인 판매한다. 새벽에 일어나 축구경기를 보고 출근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으로 7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16% 할인 혜택을 준다.

그나마 TV 판매가 늘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최근 한 달간 TV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4년 전 월드컵 때와 비교해도 TV 판매량이 4% 늘었다고 롯데하이마트는 설명했다. 이마트의 TV 매출도 최근 한 달간 35% 증가했다.

문병철 롯데하이마트 영상가전팀장은 “50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며 “경기가 오전 일찍 열려 집에서 편안하게 월드컵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