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0세 시대라 불리는 오늘, 의학의 비약적 발달로 현대인들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를 반길 수만은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가장 오랜 염원 중 하나지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면 수명연장이 도리어 고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만큼 오늘 날 현대인들의 관심사는 오래 사는 것에서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건강한 100세를 맞이하기 위해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 세가지를 알아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진단 및 치료법을 소개한다.



- 대한민국 대표 질병 지방간, 방심했다간 간암으로 이어져

서구화 된 식습관과 잦은 음주, 그리고 심각한 운동 부족이 보편화되면서 오늘날 지방간은 대표적인 한국인의 생활습관병으로 자리잡았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두 종류로 분류되는데 알코올성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이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켜 발생한다.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매우 소량만 마셨어도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비알콜성 지방간 유병률은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두 배 가량 증가해 성인 4명 당 1명 꼴로 나타났다. 밥,빵,국수 등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지방간만 진행된 상태라면 회복이 가능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환자의 5~20% 가량이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중 30~40%는 간이 딱딱해져 회복될 수 없는 간경화로 악화되며, 이는 다시 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무서운 질병이다. 간세포가 손상되기 전 조기에 지방간 여부를 판별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릴 만큼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평소 음주량이 많거나 비만, 당뇨병 등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간 기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지방간 검사 시 지금까지는 초음파 영상, 혈액검사 수치, 소변검사, 복부비만 여부 등을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도`, `중도`등의 진단을 내렸으나 정확한 지방의 비율을 알 수 없어 의사마다 진단 결과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에 최근에는 지방간 진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신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최신 MRI 기술인 ‘아이디얼 아이큐(IDEAL-IQ, GE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지방간 비율을 0.01% 수준까지 정량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몸무게에 변화가 있는 환자들이나 상이한 체구의 환자들도 본인의 간 크기 대비한 지방간의 비율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은 필립메디컬센터,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수원검진센터, 차움에 이어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건강 검진에 특화된 병원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최근 이 기술을 도입한 필립메디컬센터의 김성규 원장은 “과도한 음주 문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지방간이 대표적 국민병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검진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커졌다. ‘아이디얼 아이큐’와 같은 새로운 솔루션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환자에게 더욱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고 말했다.

또, 별도의 조직 검사를 하지 않고도 간 전체의 경화 정도를 구체적인 수치 및 컬러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MR터치’ (GE헬스케어) 기술도 개발되어 환자들이 조직 검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조직 검사 시에는 간의 경화 정도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해 긴 바늘로 간 조직을 직접 채취해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출혈이나 고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저주파수 음파를 MRI와 결합해 간을 검진하는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컬러와 구체적인 수치로 경화 정도가 표시돼 간 조직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 특히, 10분 이라는 짧은 시간 이내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 기술은 현재 서울대병원과 차움에 도입되었다.



- 한국 젊은 여성의 90% 지니는 치밀유방, 제대로 알고 유방암 예방해야

여성들이 흔히 겪는 질병 중 대표적인 것은 유방암이다. 유방암은 매년 전 세계 약 140만 명의 여성에게서 발병하며, 그 중 30% 이상(약 46만 명)이 사망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방암 환자의 수가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에는 16,398명으로 15년 동안 약 4.3배 증가하며 OECD 국가 중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유방암은 그 발병 원인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 주로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이 거론되지만 한국 여성의 경우 고밀도 유방, 혹은 치밀유방도 하나의 요인이다. 치밀유방이란 유방의 구성요소 중 지방조직에 비해 유선조직의 밀도가 특히 높은 경우를 말한다. 서양 여성에 비해 동양 여성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치밀유방은 그 정도가 심한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을 4~6배까지 높인다. 스웨덴 칼로린스카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치밀 유방을 가진 유방암 환자는 암을 극복한 이후에 재발 위험 또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특히 젊은 층에서 치밀유방이 더 많이 나타나는데 50세 이하의 50%이상이 치밀 유방이며 20~30대 여성에게서는 서양에 비해 20~30% 이상 많은 90%가 치밀유방일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0~1기) 발견 될 시 생존율이 98.4%에 이르는 유방암은 조기에 찾아낼 경우 생존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기진단이 특히 중요하다. 우선 자가진단법으로 혼자서도 쉽게 유방암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치밀 조직의 특성을 가진 한국 여성은 스스로 진찰하는 꾸준한 자가검진이 효과적이다. 한국 유방암 협회에 따르면 자가검진은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으므로 35세 이상부터는 2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이 필요하다. 대표적 검사로는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검사가 있다.

유방의 양 옆면과 상하를 두 개의 판 사이에 압박하여 X-선으로 촬영하는 유방촬영술의 경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유방암의 1차 진단법이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치밀 유방일 경우 민감도가 보통 90%정도에서 30-48%까지 감소한다. 이 때문에 치밀유방 촬영 시 종괴와 유선조직 모두 하얗게 나타나 유방암조직과 정상조직의 구분이 어려워져 오진의 우려가 높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의 김학희 교수는 “치밀유방이 많은 한국 여성의 경우 좀 더 해상도가 높은 초음파 검사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좋다” 며 “유방암의 조기 징후 중 하나인 석회화 병변을 찾는 데는 유방촬영술이 유용하고, 밀도가 높은 암을 발견하는 데는 유방 초음파가 유용하기 때문에 둘을 함께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학협회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검사 시 일반 유방촬영술에 초음파 검사를 추가할 경우 단독 검사에 비해 종양 발견율이 2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방암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며 치밀유방 비율이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한 첨단영상기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존 유방 촬영의 한계를 극복한 최신기기들도 되고 있다. 최근 GE헬스케어가 개발한 디지털 3차원 디지털유방 단층촬영장치인 ‘세노클레어(Senoclaire)’ (국내 허가 취득 전 제품) 의 경우 적은 선량으로 3차원적 촬영이 가능하며, 유방의 성상을 25° 각도로 촬영하여 가려져 있거나 겹쳐있는 조직도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10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9 차례의 저선량 X-레이 촬영만으로 유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어 유방 촬영의 고통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여,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의 경우 검진의 정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 늘어나는 여성질환 자궁근종, 상처 없는 치료 가능하게 해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 등이 보편화되면서 현대 여성의 자궁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이 2000년 15만 여명에서 2010년 53만 여명으로 10년 사이 3.5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 내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을 의미하는 자궁근종은 가임여성 2명 중 1명에게서 발견될 정도로 대단히 흔한 질환이며, 요즘에는 20, 30대 여성들에게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근종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거나 위치에 이상이 없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심한 통증이나 난임, 유산의 원인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며, 출산계획이 있는 환자는 향후 임신가능 여부가 치료방법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우에 따라 자궁절제술, 근종적출술 등 수술적 방법으로 이를 제거해야 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이에 최근에는 의료 기술의 융합을 통해 자궁에 칼을 대지 않고도 근종을 제거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MRgFUS(자기공명 영상유도 고집적 초음파)는 당일 시술, 퇴원, 및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며, 통증과 후유증도 크게 감소해 기존의 수술적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대체한다. 예를 들어, GE헬스케어-인사이텍의 ‘엑사블레이트(ExAblate)’는 MRI와 초음파 열에너지가 결합한 대표적인 비침습 치료법으로 두 기술을 결합하여 질병 위치를 정확하게 진단해 절개 없는 안전한 시술을 가능케 한다. MRI로 얻은 고해상도 영상을 보면서 초음파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근종을 54° 이상의 온도로 태우는 비수술적 방법으로 초음파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안전하며 반복 시술도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한, 절개 및 전신마취가 불필요하여 출혈 또는 외상장애의 위험 없이 회복이 빨라 다음날부터 일사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엑사블레이트는 한국에서 특히 자궁근종 치료에 가장 활발히 적용되어 차병원에서만 2007년부터 600회 이상의 시술이 이루어졌다. 추적 관찰 결과, 이 시술로 치료받은 환자 중 95% 이상이 호전되었으며, 18명이 임신이나 출산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엑사블레이트는 자궁근종 치료뿐 아니라 간, 췌장, 신장 등 다양한 장기 치료에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점차 시술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부정맥치료, 혈전 용해 등 다양한 임상적용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수많은 실험 연구가 현재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많은 환자들에게 외과적인 시술을 택하기 전에 암 치료에 대한 선택 폭을 넓혀 주고,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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