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뜬 상품 & 하반기 전략] ELS·RP 등 年 3.5% 高금리 '인기몰이'
올 상반기 자본시장에서는 투자기간이 3~6개월인 단기 고금리 금융상품이 투자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주가지수가 주춤거린 데다 내년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따라 장기 투자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환매조건부채권(RP),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파생결합증권(DLS), 사모 주가연계증권(ELS), 위안화(RMB) 예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특징은 ‘3개월 만기, 연 3.5% 수준의 이자’로 요약된다.

3개월 만기, 연 3.5% 상품 인기

대우증권은 올 들어 매주 RP 100억원어치를 ‘완판’ 행진 중이다. 다른 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연 4% 안팎의 고금리를 제시한 덕분이다. RP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 뒤 원금에 이자를 더해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아니지만 대상 채권이 국공채, 우량채 등이어서 비교적 안전하다.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에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선 ABCP도 인기 품목으로 부상했다. 은행 등이 내놓는 ABCP는 출시하자마자 모두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BCP는 발행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은행 등은 이를 잘게 쪼개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판다. 수익률은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연 3%를 웃돈다.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두 배에 달한다.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현지 은행의 예금에 투자하는 신탁 형태 상품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이 있는데 환헤지형의 경우 헤지를 통해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을 높여 인기가 많다. 원화를 위안화로 예금하기 위해 먼저 달러로 바꿨다가 다시 위안화로 교환해야 하는데, 두 번에 걸친 헤지 과정에서 통상 원화에 프리미엄이 붙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환헤지형은 3개월에 연 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ELS, DLS도 단기 투자

시중 여유자금은 ELS와 DLS에도 집중되고 있다. 연초 이후 순유입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 예금과 적금에 묶여 있던 자금의 일부가 ELS와 DLS로 풀리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까지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으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시 뜬 상품 & 하반기 전략] ELS·RP 등 年 3.5% 高금리 '인기몰이'
특히 최근엔 만기가 짧은 ELS, DLS가 출시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조기상환 기회가 3개월마다 돌아오는 사모 ELS는 공모에 비해 기대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짧은 시간 안에 돈을 찾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투자 3개월 후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시점 대비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3~4%대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식이다. 이런 유형의 ELS는 이른바 ‘스태빌리티 노트’라고 불린다.

DLS도 올 들어 매월 2조원(상환액 뺀 순유입액 기준) 안팎으로 꾸준히 팔린다. 금, 은 등 원자재나 금리, 신용 등의 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폭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 기초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금과 은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고, 대기업 등 신용등급이 안정적인 곳의 신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가입액이 늘고 있다. 3개월 만기 연 3.2% 안팎의 수익을 지급한다.

공모주의 귀환

한동안 주춤했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최근 청약을 마친 BGF리테일을 계기로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공모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 내년 1분기 상장 계획을 발표한 삼성에버랜드까지 ‘대어(大魚)’들이 가세한 덕분이다.

공모주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일선 PB센터에서 사모형 공모주펀드에 대한 투자문의도 늘고 있다. 인터파크INT 주가가 공모가보다 211% 오르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상장한 공모주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검증된 일부 공모형 공모주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공모주펀드는 자산의 70% 이상을 채권에 넣고 나머지 자산을 신규 상장 공모주에 투자한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상승하면 매도해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 상품이다.

투자자금 다시 증시로

최근엔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거래액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3월21일 13조3461억원으로 올 최저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늘어 지난달 26일 현재 14조7991억원으로 불어났다. 두 달여 만에 10.9% 증가했다.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계좌에 예치하는 대기 자금으로, 개미들의 투자자금 추이를 예측해볼 수 있다.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신용공여 잔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용 잔액은 지난달 4조9000억원 선으로, 작년 5월 말(4조97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하루 평균 거래액도 완만하지만 회복세다. 거래소 분석 결과, 지난 4월 코스닥시장 하루 평균 거래액은 2조691억원으로 11개월 만에 2조원대로 올라섰다.
[증시 뜬 상품 & 하반기 전략] ELS·RP 등 年 3.5% 高금리 '인기몰이'
하반기엔 대형주 주목

올 하반기엔 경기 개선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코스피지수도 21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다시 증시를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시가총액이 큰 종목 위주의 ‘대형주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주의 귀환’을 예측한 전문가들은 중소형주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졌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650개 중소형주 대비 100개 대형주의 주가 프리미엄이 58%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역대 최저일 정도로 대형주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대형주의 프리미엄은 평균 85%였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형주 장세를 점치는 배경 중 하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살 때 시총 상위종목을 중심으로 매수하는데, 이달 들어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이 이 추세를 이어간다면 대형주 수급이 먼저 개선될 것이란 논리다.

하반기 유망 투자상품은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성장주펀드를 최고로 꼽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인기를 모아온 가치주·배당주펀드보다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만 놓고 보면 2년 이상 내리막길을 걸어온 대형 성장주가 더 많이 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유럽과 신흥국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