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감사 등도 제재대상 포함
KB지주·국민은행은 기관경고…LIG인수는 계속 추진 가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KB 내분과 각종 금융사고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로 중징계를 9일 오후 사전 통보받았다.

카드 사태와 도쿄지점 비리에 책임이 있는 국민은행 전·현직 임원과 더불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사외이사와 감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KB금융그룹은 두 수장이 중징계 대상에 오른 데 따라 현재 진행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등 그룹전반의 경영전략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국민은행의 모든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KB 제재 대상자들에게 징계 수위를 사전 통보했다"면서 "당사자의 소명을 거쳐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개별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보면 경징계 대상이나 각종 사고를 병합하면 징계수위의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금감원의 사전통보는 일단 세부적인 제재 양형까지는 명기하지 않은채 중징계 또는 경징계로만 분류해 전달됐다.

중징계로 사전 통보되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 경고 등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업무집행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등이 있으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임원은 감독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 기간 임원선임 자격 제한을 받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책경고는 사실상 현직을 떠나라는 인사통보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문동성 전 경남은행장이 문책경고를 받고 사퇴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로 퇴진압박을 받은 바 있어 최종 징계수위에 따라 두 사람의 퇴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경징계(기관경고)를 받았다.

KB금융지주가 중징계는 피함으로써 최근 추진중인 LIG손해보험 인수작업에는 계속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업법상 기관경고를 받는 보험사는 동종 보험사의 인수가 어렵지만 금융지주는 적용대상이 아니어서다.

금융권은 그렇다해도 일정부분 불이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징계와 관련, "당국이 도쿄지점이나 카드 정보 유출, KB 내분까지 중요한 건에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걸려 있어 중징계를 내리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9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KB 사태를 엄정하게 제재해 금융권에 경고를 주라고 강력히 지시하고서 일본 금융청장과의 셔틀 미팅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우선 1억여건의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 부분이다.

국민카드에서 5천여만건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가면서 분사 당시 넘어간 1천여만건의 국민은행 고객 정보도 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된 2013년 6월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으로 고객정보관리인이었고 국민카드 분사 추진도 총괄했다.

카드사 분사에 따른 은행 고객 정보 이용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명확한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건호 행장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대출 사건으로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실이 불거진 기간에 리스크 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 도쿄지점 문제의 책임에서 이건호 당시 부행장이 자유롭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당시 국민은행 도쿄지점장 등은 2007년 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거나 담보 가치를 부풀려 잡는 등의 수법으로 5천500여억원의 대출을 부당하게 내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여기에 국민은행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놓고 임 회장과 이 행장 측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KB금융의 내부통제시스템에 허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관련 특검을 끝냈다.

검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혐의는 찾지 못했지만, 수뇌부의 내부 통제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과 이 회장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 연루된 사외이사들과 KB금융지주 관련 임직원, 정병기 감사 등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측은 두 수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에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KB금융지주는 "당국의 통보내용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아직 징계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착실히 소명을 준비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달중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해 당분간 양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심재훈 기자 yks@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