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미술산책] 美 넬슨 록펠러 등 기증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탄생 산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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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범 문화전문기자의 CEO를 위한 미술산책
(49) 기업 메세나와 미술
(49) 기업 메세나와 미술
기업 주도 메세나 활동의 롤 모델을 제시한 것은 미국의 기업가들이다. 1872년 뉴욕 5번가에 문을 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설립과 확대 과정만큼 기업 메세나의 사회적 역할을 잘 보여주는 예도 드물다. 19세기 미국의 뜻있는 기업가들은 자신의 재산 형성에 자양분이 돼준 소비자와 사회에 무엇으로 보답할까를 고민했다. 철도사업가인 존 테일러 존스턴(1820~1893)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오랫동안 수집한 방대한 미술품 컬렉션을 종자 삼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한다. 하워드 포터 등 다수의 기업가, 출판업자인 조지 파머 푸트남, 화가 이스트만 존슨 등 각계각층을 망라한 인물들이 자신이 아끼던 컬렉션을 쾌척했고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탄생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대부분 왕실 컬렉션이나 제국주의 시대 전리품을 바탕으로 이뤄진 데 비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보유한 330만점의 소장품은 수많은 기업가의 기증품으로 이뤄졌다. 세계 미술관 박물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미술관 컬렉션의 확대도 기증을 통해 이뤄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등 거장의 드로잉과 판화 컬렉션은 1880년 철도 사업가인 코넬리우스 밴더빌트 2세가 기증한 것이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미술품은 1969년 사업가이자 정치가인 넬슨 록펠러(석유왕 록펠러의 손자)의 3000여점 기증품으로 이뤄졌다. 1969년 은행가 로버트 레만이 기증한 2600점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명품은 이 미술관의 자랑이다.
일부 기업가는 아예 사재를 털어 공공미술관을 세우기도 한다. 록펠러 가문이 뉴욕에 설립한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석유재벌 장 폴 게티가 로스앤젤레스에 세운 두 곳의 게티미술관(게티빌라와 게티센터)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런 미술품의 공공미술관 기증이나 공공미술관 설립을 통한 메세나 활동은 1970년대 이후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가나 슈퍼리치 컬렉터들이 자신의 이름을 딴 사립미술관을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기증품이 수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시되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의 기증품이 전시 공간 부족으로 수장고 신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미술관들이 설립자의 사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미술 메세나 활동의 또 다른 축은 미래 영재를 조기 발굴하고 젊은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각종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그 대표적인 예.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작가들에게 일정 기간 무상으로 창작 공간을 제공해준다. 일부 기업 설립 미술관은 유망 신인을 선발해 그룹전을 열어주고 홍보 활동까지 발벗고 나선다.
기업 메세나 활동의 혜택이 소비 대중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문화를 통해 정서적인 만족감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고 이것은 다시 건강한 생산과 소비 기반 조성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지출한 갈등비용이 무려 24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회갈등 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애써 번 돈을 엉뚱한 데 쏟아부은 꼴이다. 문화 예술이야말로 그런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고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다. 기업 메세나 활동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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