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효율성·공정성 잃은 신용카드 규제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규제완화와 거꾸로 가는 카드산업
실익 없고 부담만 지우는 규제 끊고
업무영역도 보다 자유롭게 터줘야"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 교수 brainkim75@hansung.ac.kr >
실익 없고 부담만 지우는 규제 끊고
업무영역도 보다 자유롭게 터줘야"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 교수 brainkim75@hansung.ac.kr >
![[시론] 효율성·공정성 잃은 신용카드 규제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406/AA.8752545.1.jpg)
신용카드산업에 대한 규제는 2003년 신용카드사태 이후부터 강도 높게 추진돼 왔다. 지난해 말 기준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를 3.9장 갖고 있고, 민간소비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산업인 만큼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신용카드산업을 규율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상에 정부가 수수료율을 명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규제가 시행 중이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예컨대 2012년 12월에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체계가 35년 만에 개편되면서 정부는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한 가맹점수수료율을 전체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의 80% 또는 1.5% 중 낮은 요율을 적용하고, 협상력이 큰 대형가맹점의 가맹점수수료율을 인상하는 여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연매출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의 가맹점수수료율에 대해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의 100% 또는 2%의 가맹점수수료율 중에 낮은 요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전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합의했다.
대부분 산업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신용카드산업에서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공정성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가맹점수수료율을 책정할 때의 공정성은 협상력이 높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고, 협상력이 낮은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이다. 또 공공성이 있는 특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매출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에 대한 가맹점수수료율 적용기준은 이미 평균 가맹점수수료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효성이 없으며 효율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신용카드산업의 주체는 크게 소비자, 가맹점, 신용카드사, 부가통신사업자(VAN), 정부로 나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야 가맹점, 신용카드사, VAN사가 활성화되며 정부의 세수도 확대된다. 이번 가맹점수수료율 변경은 대부분 경제주체에게 실익이 없어 보인다. 규제를 강화했다는 측면만 부각될 뿐이다.
개인정보보호 대책도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가맹점의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MS카드(마그네틱카드)용 단말기를 IC카드(스마트카드)용 단말기로 교체하는 작업이 2015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이런 정책은 공정성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금융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수익 등을 창출할 수 없다. 따라서 신용카드사들이 카드포인트로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단말기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용카드산업의 한 주체인 VAN사나 정부도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일정 비용을 분담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신용카드산업 규제 중 시급한 과제는 업무영역 확대다. 2009년에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에 의해 은행업과 증권업의 업무영역은 이미 네거티브방식으로 전환됐으나 신용카드업만 포지티브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네거티브방식으로의 전환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비관론도 존재하지만, 새로운 금융의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입장은 다르다. 신용카드사들이 경쟁적이고 수익성 위주 기업으로 남는다면 비관론이 우세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이 공정한 경쟁, 사회적 기여, 공정한 규제를 통해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면, 보다 나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봉 < 한성대 경제학 교수 brainkim75@hansu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