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200주 삽니다.” “주당 240만원에 50주 파실 분 연락주세요.”

4일 제이스톡 등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엔 이런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발표하자 사이트마다 주당 200만원에서 240만원을 제시하며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SDS에 이어 삼성에버랜드가 시장에 입성키로 하자 장외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종목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오는 9월 금융투자협회 장외주식중개 전산시스템인 ‘K-OTC’(Over-The-Counter)가 본격적으로 확장 가동되면 거래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大魚는 누구"…장외시장 달아오른다
○활기 도는 장외시장

비상장주식 정보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즈의 ‘38커뮤니케이션즈 지수’는 지난 3일 765로 최근 한 달간 130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이다. 38커뮤니케이션즈 지수는 장외시장 거래종목을 선별해 시가총액을 비교한 수치다. 다른 장외시장 정보사이트인 프리스닥에서의 종합지수도 이날 682.2로 2012년 7월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예년보다 IPO 건수는 감소했지만 삼성발 ‘대어’의 잇따른 등장에 IPO 기대심리는 커졌다”고 말했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K-OTC 출범도 장외주식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현재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 만나 거래해야 해서 번거롭지만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온라인에서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거래 수수료는 매매대금의 1% 안팎으로 검토되고 있다. K-OTC 개설준비팀을 총괄하는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실장은 “2013년 결산 기준으로 70~80개 기업 주식이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SDS·에버랜드… 그 다음 ‘대어’는?

삼성SDS, 에버랜드 상장과 다음-카카오 합병을 계기로 IPO 예정 회사나 흡수·합병 가능성이 있는 종목 몸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LG CNS는 2만4750원으로 최근 한 달간 60.2% 상승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장 기업으로 남게 된 만큼 조만간 상장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LG CNS는 이르면 2014년 하반기, 늦어도 2015년 IPO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 달 전 42만5000원에 거래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거의 매일 오르며 최고가(60만7500원)를 다시 쓰고 있다. 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후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KT파워텔은 KT의 흡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한 달간 55.2% 급등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업체 씨트리는 연내 상장 소식에, 데이터베이스 보안솔루션회사 케이사인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우회상장 결정에 각각 43%, 32% 상승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