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자유무역지역은 올해로 조성 5년을 맞았지만 분양률이 40%에 그치는 등 대부분이 빈터로 방치돼 있다. 순천=최성국 기자
율촌자유무역지역은 올해로 조성 5년을 맞았지만 분양률이 40%에 그치는 등 대부분이 빈터로 방치돼 있다. 순천=최성국 기자
“다른 조건 좋은 곳이 많으니 이곳까지 굳이 오려고 하지 않네요.” 전남 순천 율촌자유무역지역관리원의 한 직원은 4일 “왜 이리 적막하냐”는 물음에 한숨부터 쉬었다. 2010년 개원 당시 8개였던 입주기업은 5년째 그대로다. 분양률은 40% 정도다. 그는 “㎡당 51원의 저렴한 임대료에 면세 등 다양한 혜택이 있지만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입주설명회 등을 여러 차례 열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윤우열 관리원장은 “여수·광양만권은 계속된 침체로 입주업체 가동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체에 빠진 자유무역지역

전국의 자유무역지역이 입주기업이 없어 허허벌판인 상태로 방치되는 등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국 7개 자유무역지역 중 전남 율촌, 전북 김제, 강원 동해 등 신생지역은 기업 유치 부진으로 대부분 땅을 놀리고 있다. 경남 마산과 전남 대불, 전북 군산 등 기존 자유무역지역도 수출액이 해마다 곤두박질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8년 조성된 대불자유무역지역은 지난해 수출액이 3억5000만달러로 2011년 이후 매년 5000만달러 감소하고 있다. 입주기업 31곳은 조선경기 침체 여파로 개점 휴업상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몇몇 업체는 부도로 쓰러져 최근 경매로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파트형공장(연면적 15만6000㎡)도 절반가량만 분양됐다.

군산자유무역지역은 전체 125만6000㎡에 30개사가 입주(분양률 85.3%)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4~5개 업체가 계약을 취소하는 등 입주 포기 기업이 늘고 있다. 수출액도 2012년 4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9000만달러로 줄었다. 국내 첫 번째로 지정된 마산자유무역지역도 노키아티엠씨가 최근 폐업하면서 조성 4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생지역 대부분 ‘빈 땅’

지난해 9월 조성된 김제자유무역지역은 지금까지 농기계 생산업체인 한국구보다 한 곳만 입주 계약을 했다. 700억원 들여 개발한 99만1740㎡는 텅 비어 있다. 동해자유무역지역도 2006년 사업비 439억원을 들여 24만7734㎡ 규모로 조성했지만 분양률은 20.9%에 머물렀다. 최근 분양을 끝낸 울산자유무역지역은 2012년 개발면적을 절반으로 줄였다.

자유무역지역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정됐다. 당시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미분양 상태로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은 경쟁력 없는 입지여건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사업성 검토 없이 지자체가 요구하는 대로 퍼주기식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라며 “자유무역지역 대부분은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는 외진 곳이라 사업 실패가 처음부터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남기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산업단지는 일터·놀터·쉼터가 결합된 24시 도시타운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며 “자유무역지역도 이런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창원=강종효 기자 skchoi@hankyung.com